19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파운드리 사업 매출은 7조164억원(약 53억9100만달러)으로 집계됐다. D램 매출(7조2103억원·약 55억4000만달러)과 비교하면 격차는 2000억원이 채 되지 않는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여온 D램과 파운드리의 실적이 비슷해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3분기만 해도 이 회사의 D램 매출(9조6348억원)과 파운드리(7조2704억원)의 격차는 2조3600억원에 달했다.
파운드리 사업은 또 다른 메모리 반도체인 낸드플래시 실적을 이미 넘어섰다. 작년 3분기 삼성전자의 낸드플래시 매출은 5조6094억원(약 43억달러)으로 집계되며 파운드리에 역전을 허용했다. 이어 4분기 매출은 4조5571억원(약 34억8000만달러)에 그치며 두 사업부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D램과 낸드플래시는 그간 메모리 시장 1위인 삼성전자의 캐시카우(수익창출원) 역할을 해왔다. 세계 D램과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50%, 30%에 달한다. 작년 하반기 세계적인 메모리 수요 위축으로 제품 가격이 급락하면서 삼성전자의 매출 구조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4분기 D램과 낸드플래시 평균 판매가격(ASP)은 전 분기 대비 각각 23%, 28% 떨어졌다.
이처럼 메모리 반도체는 시황에 민감하지만 고객사 맞춤형 칩을 생산하는 파운드리는 비교적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하고 있는 모양새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 역시 상대적으로 실적 변동 폭이 작은 모습이다. 지난해 4분기 10대 파운드리 업체의 매출은 전 분기 대비 4.7% 감소했지만 삼성전자는 3.5% 줄어드는 데 그쳤다. 삼성전자의 시장 점유율도 소폭 반등했다. 지난해 점유율은 2분기 16.4%에서 3분기 15.5%로 줄었다가 4분기에 15.8%로 0.3%포인트 늘었다.
업계 일각에선 올해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연 매출이 D램을 넘어서는 첫해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 등에 따르면 올해 삼성전자의 D램 예상 매출은 170억~180억달러, 파운드리는 200억~250억달러다. 이런 예측대로라면 파운드리가 처음으로 삼성전자 반도체 매출 1위 사업부로 올라서는 것이다. 업계는 메모리 시장 반등 시점, 감산 여부, 파운드리 수율 등이 올해 반도체 사업부별 실적을 결정지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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