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18년 대비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40%로 유지하되, 산업분문의 감축 목표를 기존 14.5%에서 11.4%로 3.1%포인트 낮추기로 했다. 산업부문에서 덜 줄인 온실가스는 전환(에너지) 부문 감축 목표를 늘리고 탄소포집·저장·활용(CCUS) 기술을 통한 저감 목표치를 높이는 방법 등을 통해 추가 감축하기로 했다.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는 21일 이 같은 내용의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2023∼2042년) 정부안을 공개했다. 기본계획은 최초로 수립된 탄소중립과 녹색성장 관련 최상위 법정 계획이다.
기본계획에 담긴 온실가스 감축목표 조정치에 따르면 2030년 국가 전체 목표 온실가스 배출량은 4억3660만tCO2e로 2018년 대비 40%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유지했다. 브리핑에 나선 김상협 탄녹위 민간위원장은 "지난 정부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겠다고 국제사회에 약속한 목표를 윤석열 정부는 책임성 있게 준수하고자 한다"며 "제조업 중심의 에너지 집약적 산업구조를 가진 한국으로서는 대단히 도전적인 목표지만 파리기후변화협정의 정신을 존중하고 다음 세대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보장하는 동시에 궁극적으로는 우리 경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통령의 초정권적인 결단"이라고 설명했다.
전환 부문에서는 1억4590만tCO2e를 배출해 2021년 10월 발표한 기존 NDC 대비 400만tCO2e를 더 감축하겠다고 했다. 감축목표는 44.4%에서 45.9%로 1.5%포인트 늘었다.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원전 가동을 정상화하면서 추가 탄소 감축이 가능해졌다는 게 탄녹위의 설명이다.
산업은 원료 수급 제한, 기술개발 지연 등 현실적인 어려움과 제조업 중심의 에너지 다소비 산업 구조의 특성과 수출 경쟁력을 고려해 2030년 목표 배출량을 2억2260만tCO2e(14.5%)에서 2억3070만tCO2e(11.4%)로 810만tCO2e의 배출 여유를 추가로 두기로 했다. 정부는 배출권거래제 배출효율기준 할당(배출 효율 우수 기업에 인센티브 부여하는 방식) 비중을 2021년 65%에서 2030년 75%까지 확대하는 등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해 자발적인 감축 활동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이 외에도 수소 배출량은 760만tCO2e에서 840만tCO2e로 늘었다. 블루 수소 증가로 배출량이 일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CCUS 기술을 활용한 감축량은 1030만tCO2e에서 1120만tCO2e로 90만tCO2e 확대하고 국제 감축도 3350만tCO2e에서 3750만tCO2e로 400만tCO2e를 확대한다. 이 외에 건물, 수송, 농축수산, 폐기물 등 분야에서의 배출 목표와 감축목표는 기존 NDC 안을 유지하기로 했다.
정부는 기본계획의 과제들이 효과적으로 추진되도록 오는 2027년까지 5년 동안 89조9000억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한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의 기본계획 정부안에 대해 오는 22일 대국민 공청회를 열고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다만 현재 상용화되지 않은 탄소 포집·활용(CCU) 기술의 활용 가능성 등 불확실성도 여전하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불확실성을 솔직히 인정한다"면서도 "하지만 이는 미국 등 다른 국가도 마찬가지고 미국도 우리와 유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탄소 관련한 기술은 우리 대한민국의 사활을 걸고 강화해 나가야 할 분야"라고 덧붙였다.
이번 조정안을 놓고 기업들이 감축목표 완화 효과를 체감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논의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전체 목표를 건드리지 않기로 한 상태에서 분야별 조정만으로는 기업들이 효과를 체감하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기존 NDC를 소폭 조정한 수준"이라고 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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