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근거리무선통신(NFC) 결제 서비스 '애플페이'가 마침내 한국 시장에 상륙했다. 간편결제 시장부터 스마트폰 시장까지 영향이 점쳐지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네이버·카카오와 연합전선을 구축해 대응하고 나섰다.
애플은 지난 21일 한국에 애플페이 서비스를 개시했다. 2014년 미국에서 애플페이를 처음 선보인 후 약 9년 만의 한국 진출이다. 중국이나 일본 시장에는 이미 2016년 출시했다. 애플은 애플페이 서비스 개시 첫날인 이날 오전에만 17만명이 서비스 등록을 마쳤다고 밝혔다.
뒤늦게나마 한국 시장에 애플페이를 출시한 배경에는 MZ(밀레니얼+Z)세대로 대표되는 젊은층의 꾸준한 수요가 있다. 지난해 중순 갤럽 조사에 따르면 18~29세 스마트폰 주 사용 브랜드는 애플 52%, 삼성전자 44%로 이미 아이폰이 갤럭시를 추월했다.
현대카드와 손잡고 애플페이를 출시한 것이나 이달 말 서울 강남 지역에 국내 다섯 번째 매장 '애플 강남'을 여는 것도 MZ세대를 공략해 한국 시장에서 세를 확대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행보로 풀이된다.
애플의 전방위 공세에 삼성전자도 전력을 집중하고 있다. 그간 아이폰과 차별화하는 갤럭시 스마트폰의 주무기 중 하나가 삼성페이인 만큼 페이 시장 주도권과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애플페이 상용화에 대비해 비상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간편결제 시장 경쟁자인 네이버·카카오와 함께 '토종 연합군'을 조직했다. 오프라인 결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했던 온라인 결제 영역을 네이버·카카오를 통해 강화하겠다는 복안인 셈이다.
삼성전자와 네이버파이낸셜의 협약으로 삼성페이 이용자들은 55만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등 네이버페이 온라인 가맹점에서 삼성페이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빠르면 이달 말부터 마그네틱보안전송(MST) 방식으로 결제 연동 서비스도 개시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카카오페이와도 간편결제 상호 서비스 연동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구체적 서비스는 아직 베일에 싸여있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간편결제 서비스 경쟁자인 네이버·카카오와 꾸린 '토종 연합군'은 "애플페이 등장이 없었다면 상상하기 힘든 조합"이라고 평가했다. 그만큼 애플페이가 간편결제 업체들과 삼성전자에 위협적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한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애플페이가 국내 간편결제 시장과 스마트폰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얼마나 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시장에 긴장감을 불어넣기에는 충분하다"며 "애플페이가 자리 잡는다면 스마트폰 시장 지각변동이 가장 클 것이다. 삼성전자가 TF를 꾸려 총력 대응에 나선 이유"라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말까지 약 700만명의 아이폰 이용자가 기존 간편결제에서 애플페이로 바꿀 것으로 내다봤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꾸준한 아이폰 이용자 확대, 가맹점의 NFC 단말기 설치 가속화에 힘입어 2024년엔 애플페이의 국내 간편결제 시장 점유율이 15%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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