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안전관리 패러다임의 변화와 위험관리센터 설립의 필요성

입력 2023-03-22 09:26   수정 2023-03-22 09:27

정부 발표한 중대 재해 감축 로드맵에 허용위험 범위에 대한 사회적 합의 빠져있어

폭발사고 등 사업장 넘어가는 위험의 경우, 공장 밖 시설이나 인원의 동의가 필요

"산업수도 울산에 허용위험 범위에 대한 사회적 합의 주도할 위험관리센터 수립해야"



박 종 훈 한국방폭협회 공동회장(울산대 산업대학원 초빙교수)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1월 28일 자로 중대 재해 정책을 처벌중심에서 자율 예방체제로 전환할 것임을 발표했다.

사실 선진국에서는 위험성 평가를 기반으로 하는 자율 예방체제를 오래전부터 가동했다. 법적 요구사항을 만족하는 최소한의 안전관리에서 위험성 평가를 통한 자발적이고 지속적인 안전관리로 패러다임이 바뀐 것이다.

법적 규제의 경우 경험적 사실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므로 새로운 기술의 위험관리에 적합하지 못하며 규제에서 요구하는 사항을 만족하는 경우 더는 위험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반면 위험기반 자율 예방체제에서는 지속해서 위험을 평가하고 위험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사실상 필자는 그동안의 실무 경험을 통하여 우리나라에서의 안전관리는 규제기관의 요구사항을 만족하는 수준에서 지속되어 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부가 발표한 중대 재해 감축 로드맵에 의하면 위험성 평가제도를 확립하고, 산업안전 감독 및 행정 개편, 산업안전보건 법령 및 기준 정비, 건설·제조업 스마트 기술·장비 중점 지원, 추락·끼임·부딪힘 현장 중심 특별관리가 핵심 내용이다.

이 중에서도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위험성 평가제도는 사업장 내의 유해·위험 요소를 스스로 발굴하고 제거해야 한다는 점이다. 정부는 위험성 평가제도가 원활하게 시행될 수 있도록 하위규범과 지침을 제공하겠다고 한다.

사실 위험성 평가의 위험관리는 전혀 새로운 시스템이 아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선진 국제적 기업들은 이미 위험성 평가에 의한 위험관리 체제를 수립하고 실행해 오고 있다. 필자는 정부가 발표한 로드맵에서 중요한 부분이 빠진 점을 지적하고 싶다. 그것은 허용위험 범위에 대한 사회적 합의이다.

사업장 내의 허용위험 범위는 노사와 정부가 협의하여 결정할 수 있다. 그러나 폭발사고와 같이 사업장을 넘어가는 위험의 경우는 해당 사업장 노사와 정부의 합의로만 허용위험 범위가 정해지지 않는다.

인근 공장이나 피해에 노출된 공장 밖의 시설이나 인원의 동의가 필요한 것이다. 일례로 호주의 뉴사우스웨일스 지방정부의 경우 노출된 인원의 종류에 따라 허용위험 범위를 달리하고 있다.

우선 산업시설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경우 연간 백만 명당 50명(5x10-5/yr), 스포츠시설의 경우 연간 백만 명당 10명(1x10-5/yr), 상업시설의 경우 연간 백만 명당 5명(5x10-6/yr), 거주 시설의 경우 연간 백만 명당 1명(1x10-6/yr), 그리고 병원, 학교, 유치원, 요양시설 등과 같이 민감 시설에 대해서는 연간 백만 명당 0.5명(5x10-7/yr)를 허용위험 범위로 정하고 있다.

여기서 연간 백만 명당 한 명의 위험이란 해당 시설의 사고로 인하여 1년에 인구 백만 명당 한 명이 사망하는 위험을 말한다. 자동차 사고 위험은 연간 만 명당 두 명(1.9x10-4/yr) 정도가 사망한다.

필자는 울산대학교에 위험성 평가 방법을 연구하고, 주요시설에 대한 위험성 평가를 수행하고, 허용위험 범위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주도할 수 있는 위험관리센터를 수립할 것을 건의한다. 대한민국의 산업 수도인 울산에 위험관리센터가 설립되어 자율예방체제의 정착을 주도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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