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거래소로 구성된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가 21일 공개한 '거래지원심사 공통 가이드라인' 주요 항목에 이같은 내용이 담겼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위메이드가 발행한 암호화폐 위믹스 사례를 참고한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가상자산 구조의 내재적 위험' 항목에는 '공시·재단 측에서 공개한 자료와 다르게 기존 발행량 이상으로 발행된 경우'를 세부 평가항목으로 반영했다. 위믹스는 작년 11월 DAXA 소속 거래소에서 거래소에 제출한 계획(2억4596만6797개)보다 29.45% 많은 3억1428만1502개를 유통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상장 폐지가 결정됐었다.
상장 폐지한 날로부터 일정기간이 지나지 않은 경우도 고려 대상에 포함시켰다. 또 재상장시 공지에 거래소가 상폐 사유가 해소됐다고 판단한 근거를 반드시 제시하도록 했다. 이같은 조치는 지난달 코인원이 단독으로 위믹스를 상장 폐지한 것을 염두에 둔 조치로 해석된다. 당시 코인원은 기존 상장 폐지 사유(허위 유통량)가 해소됐으며 기존 위믹스와 다른 '위믹스 3.0'이라는 이유를 들어 상장을 결정했다.
이를 두고 '상장 폐지 3달 만에 재상장한다면 상장 폐지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 '같은 회사가 발행한 암호화폐를 다른 암호화폐라고 눈가림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DAXA는 재상장하는 암호화폐가 기존에 상장 폐지한 암호화폐와 동일한 암호화폐인지 여부에 대해 암호화폐의 명칭과 발행 재단, 프로젝트 내용과 투자자 동일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는 조항도 삽입했다. 다른 암호화폐라고 주장해도 같은 재단이 발행한 경우 동일한 암호화폐로 판단할 여지를 둔 셈이다.
한편 DAXA는 이번에 발표한 상장 가이드라인 외에 상장 '폐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다. 이 가이드라인에는 '발행 주체가 국내 금융시장에 부당한 영향을 끼칠 목적으로 시장을 교란하거나 명백한 허위 사실 등을 반복적으로 유포하는 경우'를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조항도 위메이드가 위믹스를 통해 주가 부양을 도모한 것을 의식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위메이드는 위믹스 상장 한 달 전부터 '국내 원화거래소에 상장을 신청했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작년 실적 발표에서 영업이익이 91% 감소한 7억5000만원을 기록했다고 밝혔지만, 위메이드 주가는 위믹스 상장 소식을 계기로 3만원 후반대에서 5만9000원까지 폭등했다. 위메이드는 2021년 326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는데 이 중 2000억여원이 위믹스 매각 차익인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위메이드의 위믹스 대량 매각은 명백한 사기"라며 처벌을 요구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고, 금융감독원에 자본시장법 위반을 근거로 신고가 접수된 상태다. 거래소 관계자는 "아직 상장이 확정되지 않은 시점이었다"며 "그런 사실을 근거로 상장에 대한 언급을 하는 것 자체가 투자자들에게 혼동을 줄 수 있다"라고 말했다.
루나·테라 사태를 교훈으로 반영한 규정도 눈에 띈다. '프로젝트의 사기성 여부'를 판단하는 세부 항목에 '투자자를 대상으로 고율의 확정 수익을 지급하고, 지급 출처와 방식이 공개돼있지 않은 경우'를 포함하기로 하면서다. 루나와 테라를 발행한 테라폼랩스과 권도형 대표는 테라를 예치하면 연 20% 수익률로 신규 암호화폐를 지급하는 '앵커프로토콜'을 운영했다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사기 혐의로 기소당한 상태다.
상장을 대가로 일정 금전을 받는 '상장피' 관련 규정도 생겼다. DAXA 회원사는 거래지원심사 시 외부 전문가 ‘최소 2인’ 혹은 ‘최소 참여 비율 30%’를 지켜온 것에 더해 거래지원심사 시 ‘법적 위험성 평가위원 최소 1인’이 반드시 참여하도록 기준을 강화하고 이를 다음달 1일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DAXA 회원사들은 “DAXA의 출범은 자율규제로 시작되었고, 이에 대한 회원사의 의지는 여전히 공고하다”라며 “자율규제를 구축해 나가는 과정에서 발견되는 공백이 있다면 5개 회원사가 합심해 보완해 나가며 투자자 보호를 위한 안정적인 시장환경조성을 위해 계속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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