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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가 넘어가면 고혈압·고지혈·고혈당 등 3고(高)에 노출되면서 혈압약, 당뇨약, 고지혈증약 등이 하나둘씩 늘어나 한국인의 약물 복용은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공개한 ‘3개월 이상 5개 이상 약물을 만성적으로 복용하는 75세 환자 비율’ 자료에 따르면, 자료를 제출한 7개국 평균은 48.3%였지만 한국은 70.2%로 가장 높았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보고서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자가 5개 이상 약물을 복용하는 경우 4개 이하의 약물을 복용하는 군에 비해 입원 위험이 18%, 사망 위험이 25% 높아진다.
사실 몸의 입장에서 보면 약은 이물질이다. 생체 이물질이란 생체에서 생산되지 않는 인공화학물질, 약물, 식품첨가물, 환경오염물질 등 생체에 대한 유해물질을 말하는데 그중에 하나가 합성의약품이다. 생체 이물질, 즉 제노바이오틱스(Xenobiotics)는 생체로 유입된 외부 이물질을 뜻하는 용어로 이방인을 의미하는 그리스인 제노(Xeno)에서 유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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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체 이물질이 몸에 들어오면 우리 몸은 생존을 위해 필사적으로 배출하려고 애쓰는데, 이 과정을 해독이라고 부른다. 해독에 있어 핵심 기관은 간이다. 간은 1단계에서는 수용성 독소를 바로 처리하거나 지용성 독소를 수용성으로 만드는 일을 한다. 그런데 지용성 물질을 수용성으로 만드는 것이 간의 입장에서 보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일에 아주 많은 효소가 관여하고 많은 양의 비타민과 미네랄이 소모된다.
그렇다면 우리가 습관처럼 마시는 커피와 담배는 어느 단계에서 해독될까? 1단계다. 커피와 담배는 수용성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렇게 좋아하는 커피와 담배도 간의 입장에서 보면 생체 이물질이라 해독해야 하는 골칫덩어리에 불과하다. 2단계는 1단계에서 넘어온 것을 중화하거나, 소변으로 배출하거나 담즙을 통해 대변으로 배설하는 과정이다. 간은 마치 하수처리장처럼 생체 이물질을 1~2단계를 거쳐 깨끗이 정화하느라 엄청난 에너지를 쓰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생기는 게 바로 활성산소다.
그런데 상담하다 보면 만성질환자들이 약을 복용하면서 커피와 담배, 심지어 술까지 무분별하게 먹는 것을 많이 접하게 된다. 간이 묵묵히 약과 술, 커피, 담배를 해독하다가 마침내 못하겠다고 파업을 선언할 때는 이미 늦다. 간은 침묵의 기관이기 때문이다.
만성질환 관리에 있어 약을 복용해야 한다면 반드시 간의 해독 능력을 점검해야 한다. 커피와 술, 담배보다는 천연비타민과 미네랄, 항산화제를 음식이나 영양소로 챙겨야 한다.
무엇보다 해독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물이다. 그런데 커피, 술, 담배의 공통점은 이뇨 작용이 강해 탈수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이래저래 해독에 무척 방해되는 것이다. 만성질환으로 오래 약을 복용하다 보면 공통적으로 호소하는 증상이 있는데, 바로 입이 쓰고 입맛이 없다는 것이다. 그게 바로 간이 지쳤다고 보내는 신호임을 알아차려야 한다. 우리가 알면서 혹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몸속으로 들어오는 각종 생체 이물질을 간이 묵묵히 해독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간의 수고를 덜어주자. 그게 간도 살고 우리도 사는 길이다.
이지향 충남 아산 큰마음약국 대표 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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