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처음 등장한 만기매칭형 채권 ETF가 올해도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만기매칭형 ETF는 상품을 만기까지 보유할 경우, 상장폐지와 함께 약속된 원금과 이자를 돌려주는 상품이다. 경기침체 및 기업 이익 하향에 이어 최근 SVB(실리콘밸리은행) 사태발 신용위기 우려가 나타나고 있지만, 만기매칭형 ETF 시장은 불황을 잊은채 성장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만기매칭형 ETF 모두에 '뭉칫돈'
2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국내 상장된 10개의 만기매칭형 ETF에 순유입된 자금만 1조 4606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말 상장한 'TIGER 24-10 회사채(A+이상) 액티브'와 'TIGER 23-12 국공채 액티브'는 올해만 각각 2852억원, 204억원의 자금을 모았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기대 이상의 성공에 힘입어 이날 'TIGER 24-04 회사채(A+이상) 액티브'와 'TIGER 25-10 회사채(A+이상) 액티브'를 추가 상장했다.
큰 폭의 자금 유입이 나타난건 다른 만기매칭형 ETF도 마찬가지다. 'KODEX 23-12 은행채(AA+이상) 액티브'와 'KODEX 국고채액티브'에는 같은 기간 각각 8458억원, 2억원의 자금 순유입이 나타났다.
'KBSTAR 23-11 회사채(AA- 이상) 액티브'(1382억원), 'KBSTAR 25-11 회사채(AA- 이상) 액티브'(226억원)나 'ACE 23-12 회사채(AA- 이상) 액티브'(989억원), 'ACE 24-12 회사채(AA- 이상) 액티브'(493억원) 등에도 올해 꾸준한 자금 유입이 나타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도 '적금 대신'
특히 국공채 유형보다는 회사채나 은행채 관련 상품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만기매칭형 ETF는 채권 발행처가 부도가 나지 않는 이상 상품명에 표시된 시점에 약속한 기대 수익률을 보장해 준다. 이때 회사채나 은행채가 국공채보다는 부도리스크가 조금이라도 높은만큼 수익률도 더 높다. 각 운용사에 따르면 만기매칭형 ETF들의 현재 연 기대수익률은 회사채가 3.8~4%대, 은행채가 3.5%대, 국공채가 3.3~3.4%대 인것으로 확인됐다. 거시 경제 불황에도 국내 회사나 은행의 부도리스크가 그리 높지않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회사채·은행채 만기매칭형 ETF 매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기관 뿐 아니라 개인 투자자들도 만기매칭형 ETF 투자에 나서고 있다.'TIGER 24-10 회사채(A+이상) 액티브'의 경우 순유입된 2852억원 중 862억원이 개인투자자 자금이었다. 예적금의 경우 이자율이 많이 내려간데다, 납입액도 제한되면서 만기매칭형 ETF를 대체재로 사용하고 있다는게 운용사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금리 환경이 크게 변하지 않는다면 만기매칭형 ETF 시장의 빠른 성장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승호 미래에셋자산운용 ETF 운용매니저는 "금리가 올해 큰폭으로 내려갈 가능성이 낮은만큼 채권 이자율도 매력적인 수준에 머물 것"이라며 "만기매칭형 ETF 수요는 점점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