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이 22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것(베이비스텝)은 물가와 금융시장 안정을 동시에 잡으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인플레이션을 생각하면 0.5%포인트 인상해야 하고, 은행 리스크를 감안하면 금리를 동결해야 한다. 고민 끝에 절충점으로 ‘베이비스텝’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시장에선 Fed의 이런 줄타기가 성공할 수 있을지에 반신반의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지난 2주간의 사태로 인해 금융 여건이 긴축적으로 변한 게 사실상 금리를 한 번이나 그 이상 올린 것과 같은 영향을 줬다”며 “이 때문에 이번 회의에서 금리 인상을 중단하는 방안을 고려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Fed 인사들이 대부분 이달 초까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려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0.25%포인트 인상으로 선회한 배경이다.
23일 영국과 스위스도 기준금리를 발표했다. 이날 영국중앙은행(BOE)은 “기준금리를 연 4.0%에서 4.25%로 0.25%포인트 올린다”고 밝혔다. 스위스중앙은행(SNB)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렸다. SNB는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추가 긴축에 나섰다”며 “정부가 주도한 UBS의 크레디트스위스(CS) 인수로 금융 혼란은 종식됐다”고 했다.
그러나 시장은 이 같은 발언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금리 인상 필요성에 대한 발언 수위가 이전보다 약해졌고 은행발 위기로 인해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점을 수차례 인정했기 때문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Fed가 몇 주 전 예상했던 것보다 최종금리 수준을 낮췄기 때문에 긴축 종료 시점이 빨라질 것”이라고 했다.
금리선물시장에선 이번 금리 인상을 마지막으로 봤다. 페드워치에 따르면 5월과 6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확률이 가장 컸다. 이후 7월과 9월에 연달아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시장 참가자들은 예상했다.
파월 의장은 또 “경기침체 없이 물가를 잡는 연착륙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고 했다. 이 역시 동의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캐나다 TD은행은 “미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과 2월 실업률 모두 좋게 나왔지만 이번에 성장률과 실업률 전망치가 거의 변하지 않았다”며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큰 폭의 경기 둔화가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Fed는 금리 인상으로 인플레이션을 잡고 다른 도구로 은행 위기를 잡을 생각이지만 두 작업은 쉽게 분리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박신영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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