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이 은행 예금 보장에 대해 연일 상반된 발언을 내놓고 있다. 그는 23일(현지시간) 미 하원에서 예금을 보장해줄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전일 “모든 예금을 보장하는 포괄적 보험 적용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한 지 하루 만이다. 은행 위기가 가라앉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의 발언에 금융시장이 출렁이자 해명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23일 CNBC 등에 따르면 옐런 장관은 이날 하원 세출위원회 소위에 참석해 “은행 위기 확산을 막기 위해 필요한 조치들을 신속하게 취했다”며 “어떤 규모의 기관이든 이러한 조치들을 다시 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강력한 조치들로 미국인들의 예금이 안전하다는 것을 보장했다”고도 했다. 미 정부는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은행 파산 당시 정부 보장 한도인 25만달러를 초과하는 예금도 보장해주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1일 옐런 장관은 두 은행 파산 절차에서 정부가 예금을 보장해준 것에 대해 “금융 시스템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다”며 “소규모 은행들의 예금 이탈이 업계로 확산될 위험이 있을 때 유사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말해 금융시장을 안정시켰다. 그러나 다음날인 22일 “모든 은행 예금을 보호하는 포괄적 보험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놓으면서 퍼스트리퍼블릭 등 은행주 주가가 폭락했다. 23일 옐런 장관이 진화에 나서며 뉴욕증시 주요 지수들은 장 막판에 상승세로 전환했다.
미국의 지역은행 위기는 현재진행형이다. JP모간은 이날 “(뱅크런에) 가장 취약한 미국 은행들이 올 들어 1조달러(약 1289조원) 가량의 예금을 잃었을 것으로 추정한다”며 “절반인 5000억달러 가량은 SVB 파산 이후 인출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날 미국 은행 시스템 불안이 다른 경제 부문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미국 대형은행인 JP모간과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 등은 직원들에게 “다른 은행의 위기를 악용해 새 고객을 유치하려는 영업활동 등을 하지 말라”고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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