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6년 만에 서울 남대문로 본부로 재입주할 예정인 가운데 '지하 금고'의 이동에도 관심이 쏠립니다. 수조원의 현금을 움직여야 하는 만큼 한은은 '수송 작전'을 극비리로 준비하고 있는데요.
한은은 24일 서울 태평로 삼성생명 본관과 소공별관, 강남본부 등에 분산됐던 각 부서를 이달 말부터 다음 달 말까지 본부로 이전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한은은 현재 본부 리모델링과 통합 별관 재건축 사업에 따라 지난 2017년부터 삼성생명 본관에서 '세 살이'를 하고 있습니다. 공사가 끝나면서 흩어져 있던 각 부서가 한 곳에 모이는 것인데요. 이창용 한은 총재는 4월 금융통화위원회 이후인 15일께 사무실을 옮깁니다.
한은의 재입주가 결정되면서 지하 금고에 보관하고 있는 현금이 언제 어떻게 이동할지도 주목됩니다. 한은은 시중에 풀리지 않은 신권과 은행들이 폐기 및 재사용을 위해 맡긴 현금 수조원을 금고에 보관합니다. 현재는 현금 대부분이 서울 역삼동 한은 강남본부 금고에 보관돼 있습니다.
보통 오만원권은 10㎏짜리 사과박스에 10억원가량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이를 고려하면 한은이 금고에 보유한 현금은 사과 상자 1만개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사과 상자를 1톤 트럭에 한 번에 150개 정도 실을 수 있다고 가정하면, 1톤 트럭 한 대로 67번을 옮겨야 하는 셈입니다.
이에 따라 현금수송차량 수십 대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여기에 필요한 경비인력까지 고려하면 대규모 이송 작전은 불가피합니다. 하지만 보안상 눈에 띄면 안 되기 때문에 현금 이송은 소규모로 여러 차례 나눠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실제 화폐 발권을 담당하는 발권국은 이번 이주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한은은 "발권국은 추후 별도로 재입주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한은 본부와 강남 본부의 거리는 약 10㎞. 가장 짧은 경로를 택하면 강남대로를 지나야 합니다. 이 길은 차량 통행이 많은 구간입니다. 이 때문에 현금 이송은 새벽에 이뤄질 것으로 추측됩니다. 한은 관계자는 "한은의 금고는 국가 경제의 핵심으로 분류되는 가급 국가보안시설"이라며 "이동 방식과 계획 모두 보안 사항"이라고 말을 아꼈습니다.
본격적인 현금 이송은 올해 여름께 진행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은은 이번에 재입주를 계획하면서 지하 금고 내 현금 이동을 돕는 로봇을 도입하는 등 금고 자동화를 추진했는데요. 이 작업을 동시에 마무리한다는 계획입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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