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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모양의 도넛을 한입 베어 먹은 재치 있는 표지 디자인을 통해 알 수 있듯, 이 책은 어떻게 하면 이미 망가진 우리 자신과 지구를 다시 잘 복원할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한다. 책이 지적하려는 것은 우리 식탁에 오르는 가공식품의 유해성과 그것이 만들어지는 은밀하고 복잡한 과정이다. 현대 가공식품산업에 대한 불편한 보고서로, 우리가 먹고 있는 음식이 우리를 어떻게 위험에 빠뜨리고 있는지 냉정하게 진단해 소개한다.
우리는 자신을 삶의 주인이라고 생각한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가 먹는 음식만 봐도 그렇다. 우리 스스로 음식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고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우리가 먹는 모든 음식은 광대하고 복잡한 글로벌 시스템의 영향을 받는다. 우리 일상생활과 너무나 밀접하게 관련돼 그 영향력을 전혀 느끼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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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음식과 관련된 식품산업이 지구상에서 가장 성공적이고, 가장 혁신적이며, 또한 가장 파괴적인 산업 가운데 하나라고 말한다. 식품산업은 우리를 살리기도 하지만 우리를 죽이기도 한다. 주요 선진국에서는 비만이나 당뇨 등 식습관과 관련한 질병이 죽음을 일으키는 가장 주요한 원인이 돼 버렸고, 흡연보다 더 치명적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또한 식품 생산과 유통으로 발생하는 환경 피해는 기후 패턴을 변화시키고, 지구를 황폐화해 식량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영국의 건강한 패스트푸드 체인인 레옹(LEON) 공동창업자이자 영국 정부의 식품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는 헨리 딤블비는 식품 생산과 유통 시스템에 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저널리스트인 아내와 함께 쓴 이 책을 통해 저자는 식량 생산 무대 뒤로 독자들을 초대해 그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식품 시스템이 어떻게 우리 전체를 재앙으로 이끌고 있는지 밝히면서, 이런 부조리하고 위험천만한 상황에 대항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려준다.
책은 저자가 런던으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구입한 ‘핸드메이드 에그 샌드위치’로 시작한다. 그 샌드위치에는 무려 32가지 성분이 포함돼 있는데, 대부분은 일반 사람이 알지 못하는 것들이다. ‘디아세틸 타르타르산’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을까? 심지어 자연 성분이라고 알려진 유채씨유도 고도로 가공한 식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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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철 북칼럼니스트·BC에이전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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