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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중국 부동산시장에 ‘훈풍’이 감지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부동산시장 회복을 위해 갖가지 정책을 동원하면서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공동부유’(빈부격차 해소) 정책을 펴면서 자본주의 국가에서 찾아보기 힘든 수준의 대출 규제를 한 것과 정반대의 태도다. 대출을 줄이지 못한 부동산업체들이 줄줄이 도산하자 정책을 전환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분석이다.
회복세를 보이는 중국 부동산시장에서 투자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6일 한국경제신문과 만난 류태호 피델리티 아시아채권펀드 대표매니저(사진)는 “중국 부동산시장에서 막연한 공포를 걷어내고 냉정하게 기회를 찾아야 할 때”라며 “중국 부동산 하이일드(고수익 회사채) 투자에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中 하이일드 역사적 저평가 수준”
류 대표매니저는 블랙록, 뱅가드 등과 함께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로 꼽히는 피델리티에서 15년간 아시아지역 채권 투자를 해온 전문가다. 그는 “올해 70개 중국 도시의 주택 평균 가격이 18개월 만에 반등하고, 70개 중 55개 도시에서 가격 상승이 나타나는 등 통계적으로는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그는 “얼마나 빠르게 지속적으로 회복할지는 단언하기 어렵다”며 “불확실성이 높은 부동산시장에 직접 투자하기보다는 하이일드채권을 통해 접근하는 게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직접 투자는 부동산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해야 수익을 얻는다. 하지만 부동산업체가 발행하는 하이일드채권에 투자하면 기업들 상황이 안정화됐다는 시장 평가만으로도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도산 공포로 현재 중국 부동산기업들이 발행하는 채권의 이자율은 지나치게 높다는 시각이 많다. 시장이 조금만 회복해도 채권 가격이 뛸 수 있다는 의미다. 채권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류 대표매니저는 “현재 중국 부동산 하이일드채권의 가격은 과거 평균 대비 60% 수준으로 떨어져 있다”며 “통상 가격으로 회복만 해도 하이일드채권 펀드는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 말부터 부동산 가격 회복을 위해 여러 부양책을 내고 있는 것도 시장 안정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부도율도 평년 수준으로 관리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 부동산업체들의 줄도산을 야기했던 규제 리스크가 사실상 사라지고 있다는 의미다.
류 대표매니저는 “중국 정부는 헝다 사태로 시장이 충격에 휩싸이자 지난해 말부터 대출 규제 완화, 채권 발행 활성화, 부동산업체 주식 상장 및 증자 규제 완화, 홍콩 역외 자금 조달 지원 등 이른바 ‘4개의 화살’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최근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도 각종 유동성 공급책을 내놨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전체 중국 국내총생산(GDP) 중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부동산 부문이 심각한 타격을 입는 것을 경험해본 만큼 2021년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하이일드채권을 발행하는 부동산업체들의 부도율 역시 역사적 평균인 3~5% 수준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中 부동산 안정화될 것”
류 대표매니저는 “중국 부동산시장의 사이클이 타지역과 다르게 흘러가고 있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며 “한국 부동산시장은 고점을 지난 뒤 추세적으로 하락하는 침체기에 들어갔지만 중국의 경우 바닥을 치고 회복기에 들어서고 있다는 평가”라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시장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통화정책 역시 미국과 한국은 금리 인상을 통해 긴축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며 “중국 인민은행은 최근 지급준비율을 인하하는 등 통화 완화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중국 부동산 관련 상품에 투자할 때는 이 같은 중국 경제의 특수성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류 대표매니저는 중국 시장 투자를 꺼리게 만드는 정치 리스크와 반중 정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투자에 있어서는 어떤 신조보다는 ‘수익을 낼 기회가 있느냐’만을 냉정하게 따져야 한다고 본다”며 “확실한 사실은 현시점 중국 정부는 부동산시장의 부채 리스크 등을 적절히 관리해 나가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류 대표매니저는 “다 같이 한목소리를 낼 때는 반대쪽에 기회가 있는 경우가 많다”며 “현재 부동산 하이일드채권 가격이 바닥을 지나 회복세를 보이고, 환경 역시 우호적으로 바뀌면서 기대수익률이 올라가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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