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중국 매체인 더페이퍼에 따르면 CATL은 최근 대용량 배터리인 기린 배터리 대량 생산에 들어갔다. 이 배터리는 중국 전기차업체인 지커의 전기 다목적차량(MPV) ‘지커 009’에 적용된다. 이 차량은 1회 충전 시 822㎞ 주행 가능하며, 현지에서 2분기부터 인도를 시작한다. 지커 외에도 리오토, 네타, 로터스, 아이토 등 중국 전기차업체들이 기린 배터리를 쓰겠다고 밝혔다.
CATL은 지난해 6월 기린 배터리를 공개하며 “4680 배터리보다 에너지 용량이 13% 많다”고 한국 업체들을 노골적으로 견제했다. 한국 배터리 3사가 잇따라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개발에 속도를 내자, CATL이 한국 배터리의 강점을 허물기 위해 고용량 시장에 치고 들어왔다는 분석도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 하반기부터 한국 오창공장에서 4680 배터리를 양산해 테슬라에 납품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 상반기 46파이(지름 46㎜)의 중대형 배터리 파일럿라인을 가동할 계획인 삼성SDI는 현재 다수의 고객사와 협력을 논의 중이다. 테슬라 밸류체인인 파나소닉은 내년에 4680을 생산할 계획이다. 먼저 기린 배터리를 만든 CATL이 연내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을 높이는 데 성공해 양산 안정화 단계에 들어간다면 한국 배터리로서는 치명적이다.
이 같은 대용량 배터리는 기존 배터리보다 대량 생산이 용이하며, 에너지 밀도당 생산 비용이 줄어드는 장점이 있다. 셀 개수가 줄어 공간 활용도가 높을 뿐 아니라 전기차 시스템이 관리해야 할 배터리 수가 적어 화재 위험을 개선할 수 있다. 고성능 배터리를 더 싼값에 대량 납품하게 돼 향후 배터리 점유율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다.
대용량 배터리의 미래 전장은 한국 업체의 ‘텃밭’인 유럽 시장이 될 전망이다. 미국 시장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한국 업체가 과점한 반면 유럽 시장은 큰 규제 없이 열려 있는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 BMW뿐 아니라 수많은 완성차업체가 고용량 배터리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며 “전고체 배터리가 나오기 전까지는 4680 등 고용량 배터리가 시장 지배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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