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암 세포가 내보내는 엑소좀을 망가뜨려 면역관문억제제의 효과를 높이는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했다. 동물실험을 통해 면역관문억제제와 이 물질을 함께 투여했더니 암과 싸우는 면역 반응이 높아졌다.
27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박재형·조슈아 잭맨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교수팀은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머티리얼스를 통해 이같은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암 환자 치료에 폭넓게 활용되고 있는 면역관문억제제는 부작용이 적고 다양한 암에서 항암 효과를 낸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면역관문억제제만으로 치료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암 환자는 전체의 15~45%에 불과하다. 때문에 면역관문억제제의 반응률을 높이는 것은 중요한 과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암 세포가 분비하는 엑소좀은 면역관문억제제 효과를 떨어뜨리는 주요한 원인 중 하나다. 엑소좀은 세포가 분비하는 나노 크기(30~200nm)의 소포체다. 암 세포가 분비한 엑소좀은 면역세포 활성을 억제해 항암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
연구진은 이런 엑소좀의 기능을 억제할 수 있는 '아미노산 중합체 펩타이드(AH-D-펩타이드)'를 개발했다. 이 펩타이드가 엑소좀을 둘러싼 막에 결합해 구멍을 내도록 설계했다. 엑소좀을 깨뜨려 제 기능을 못하도록 한 것이다. 개발된 펩타이드는 장력이 큰 암세포 분비 엑소좀만 선택적으로 파괴했다. 종양미세환경(TME)의 약산성 환경에선 엑소좀 파괴력이 더 높았다.
물질을 개발한 뒤 동물모델에 면역관문억제제와 펩타이드를 함께 투여했다. 그 결과 T세포의 암 공격반응이 높아졌다. 면역관문억제제만 활용할 때보다 암 치료 효과가 높아졌고, 전이암이 생기는 것은 억제됐다. 박 교수는 "이 펩타이드는 주변 조직 손상없이 암 세포 엑소좀을 제거해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는 신물질"이라며 "병용치료 기술개발 연구 등을 통해 효과 높은 항암 면역치료제를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 등이 지원하는 범부처 국가신약개발사업단 연구개발 과제로 진행됐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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