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서 못 타요"…자동차의 나라 미국마저 정체하는 승용차 이용률

입력 2023-03-27 17:27   수정 2023-03-27 17:30

2010년대 들어 미국 내 승용차 이용률이 정체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생계비가 늘어나면서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승용차 선호도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는 미국 MZ세대의 승용차 이용률이 급감했다는 보고서를 24일 공개했다. 소득에 비해 물가 오르는 속도가 빠른 탓에 승용차 구매 및 운전 선호도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운전면허를 취득하는 MZ세대가 과거에 비해 줄었다. 미 교통통계국에 따르면 2020년 16세 청소년 중 25%만 운전면허를 취득했다. 미국은 16세부터 운전을 할 수 있다. 1997년에는 43%에 달했다. 17세 운전면허 취득률도 2020년 45%로 1997년 62%에 비해 크게 줄었다.

승용차 주행거리도 짧아졌다. 세계 에너지 경제학회(IAEE)에 따르면 운전면허 취득자당 평균 주행거리(VMT)는 1975년부터 2000년까지 매년 1.5%씩 증가했다.

2005년에는 1975년에 비해 주행거리가 약 40%가량 웃돌며 정점을 찍었다. 이후 감소세가 이어졌다. 브루킹스에 따르면 2020년대 미국인은 1990년대보다 현재 더 적은 거리를 운전하고 있다.

과거와 다른 모습이다. 가구당 승용차 이용 빈도를 나타내는 차량 접근성(Vehicle Access)은 축소하고 있다. 25~38세 차량 접근성은 1980년대보다 1%포인트 낮아졌다.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차량 접근성은 급증했다.

브루킹스연구소는 "가구 평균 소득의 증가, 자동차 가격 하락, 교외에 지어진 주택단지, 여성 노동력 증대 등의 요인으로 인해 1960~1980년대 승용차 열풍이 불었다"고 설명했다.

가구 구조와 주거 환경이 바뀌며 승용차 선호도가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도심에 거주하는 청년층이 늘었다. 1980년대까진 교외에서 승용차를 타고 통근하는 게 일상이었다. 도심 내 대중교통이 과거에 비해 크게 개선되며 승용차 구매에 대한 동기가 축소됐다.

2008년과 2022년 두 차례의 경기 둔화를 겪으며 청년층 소비 패턴도 달라졌다. 치솟은 집값 때문에 개인 부채가 급증했다. 부채 압박 탓에 승용차를 마련할 재원이 바닥난 것이다. 자금난에 결혼 적령기는 늦춰졌다. 출산율은 급감하며 자녀 때문에 승용차를 구매해야 하는 이유도 사라졌다.

중고차 가격과 연료비는 갈수록 상승세다. 가솔린, 디젤, 액화석유가스(LPG) 가격 모두 1990년대에 비해 2배가량 올랐다. 브루킹스연구소는 "청년층 소비 패턴이 과거에 비해 불안해졌다"며 "연료비와 함께 보험료도 급상승하며 저렴한 차량을 구매하는 것마저 꺼리게 됐다"고 분석했다.

승용차에 대한 구매 동기가 축소되면서 도시를 보행자 중심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대중교통 이용률도 떨어지는 모습이다. 미국의 대중교통 이용률은 1990년 국민 한 명당 연 35회로 고점을 찍은 뒤 2008년 34회에 이어 2019년 30회까지 줄었다.

연구 결과가 암울한 미래를 나타낸다는 분석이다. 바깥 활동 자체가 줄고 있다는 설명이다. 쇼핑과 취미 활동 등을 줄인 탓에 대중교통과 승용차 모두 이용을 안 하게 됐다는 것. 크리스토퍼 세베렌 브루킹스 선임 연구원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개인이 점점 고립되고 있다"며 "사회적으로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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