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img.hankyung.com/photo/202303/AA.33002624.1.jpg)
한국의 뮤지컬 시장은 20·30대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관객에서 젊은 층이 차지하는 비율이 압도적이다. 뮤지컬 기획사들이 이들의 입맛에 맞는 작품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이유다.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 중인 창작 뮤지컬 ‘다시, 봄’은 뮤지컬 시장의 트렌드를 정면으로 거스른다. 중장년층을 주요 관객으로 삼았고, 50대 여성 배우들에게 무대를 내줬다. 주인공은커녕 감초 역할도 쉽지 않았던 배우들이 공연을 이끌어간다. 일단 취지가 좋지 않은가.
무대는 저승사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중년 여배우들이 차지했다. 이들 14명의 평균연령은 54세로 연기 경력이 도합 425년에 달한다. 평균 30년 이상 연기해온 배우들이 한무대에 7명씩 서는데 더블캐스팅이어서 전체 배우는 14명이다. 서울시뮤지컬단 소속 배우가 한 팀을 꾸렸고, 문희경 등 일반 배우가 나머지 한 팀을 이뤘다.
무대는 신선하다. 다양한 캐릭터의 중년 여성이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차별화가 확실히 된다. 때로는 제대로 된 이름도 없이 누군가의 엄마, 누군가의 아내 등으로 무대에 섰던 중년의 여성 배우들이 각자 본인의 연기 색깔을 마음껏 뽐낸다. 주요 시간대 뉴스에서 밀려난 선배 아나운서 진숙(배우 왕은숙 문희경 분), 은퇴 뒤의 삶을 고민하는 은옥(박선옥 유보영 분), 대형 사고를 겪고 나서 몸이 예전 같지 않아 좌절하는 수현(권명현 장이주 분) 등 50대 여성들의 서사도 다채롭다.
무대가 새로운 이유는 비단 배우뿐만이 아니다. 작품을 만드는 첫 과정부터 특이했다. 뮤지컬 ‘다시, 봄’의 작가는 여럿이다. 대본을 한 명이 도맡아 쓴 게 아니라 배우를 비롯한 공연 참여자들이 공동으로 참여했다. 이른바 ‘디바이징 시어터’ 방식으로 기획됐다. 대본을 주도한 김솔지 작가는 “배우들의 심층 인터뷰와 워크숍 등을 통해 살아온 이야기와 요즘 갖고 있는 고민 등을 듣고 대사와 가사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생태공원에서 관광하며 수달을 본다거나 버스를 타고 있는데 비가 쏟아지는 장면 등은 배우들의 실제 경험에서 따왔다.
넘버(노래)는 라틴, 하드록, 발라드, 포크 등 다양한 장르로 이뤄졌다. 넘버 역시 ‘디바이징 방식’으로 꾸려 각 배우의 취향과 개성을 반영했다. 넘버 ‘갱년기’ ‘완경 파티’ ‘인생은 60부터’ 등의 가사가 신선하면서도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다만 작품 완성도가 작품의 취지를 빛낼 만큼이었는지는 확답하기 어렵다. 넘버와 춤이 보다 매력적이어야 한다는 지적을 들을 필요가 있다. 중년 여성 관객층을 넘어 다양한 세대도 함께 즐길 수 있으려면 ‘플러스알파’가 필요하다. 형식 면에서도 계속 공연을 이어가기 위해서 ‘디바이징 뮤지컬’을 어떻게 적용할지 따져봐야 한다. 배우가 바뀔 때마다 내용을 바꿔야 하는가의 문제가 남는 것이다. 공연은 다음달 1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