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어닝쇼크'에도 인건비 치솟는다

입력 2023-03-27 17:40   수정 2023-03-28 01:06

지난해 경기 침체 여파 등으로 국내 30대 상장사의 영업이익이 30조원 넘게 급감했지만 인건비는 3조원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한 고용 경직성 탓에 인력 구조조정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물가 상승을 반영한 대기업발(發) 급여 인상 행렬이 이어지며 나타난 현상으로 분석된다. 국내 기업의 원가 및 수출 경쟁력이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7일 한국경제신문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30개 상장사(지주사·합병사 제외)의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의 작년 영업이익은 76조5987억원으로 전년(106조7267억원) 대비 30조1280억원(28.2%) 감소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급여총액은 50조353억원에서 53조6564억원으로 3조6211억원(7.23%) 증가했다.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이런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29개 상장사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33조2221억원으로 전년 대비 39.7% 급감했다. 반면 급여총액은 38조587억원으로 전년보다 11.3%(3조8683억원) 증가했다.

실적은 감소했지만 인건비가 증가한 현상은 대부분 수출 기업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직원의 성과급 현실화 요구에 직면한 SK하이닉스는 작년 영업이익이 45.13% 감소했지만 인건비는 21.63% 치솟았다. 조선업종 대표 기업인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영업적자가 이어졌지만 인건비는 20% 늘었다.

한국과 달리 글로벌 기업은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인건비 부담을 줄이고 있다. 아마존, 메타, 구글 등 미국 빅테크 기업은 작년 하반기부터 1만~3만 명을 감원했다. 필립스(1만 명 감원), 에릭슨(8500명 감원) 등 유럽 기업도 구조조정에 나섰다.

이재혁 상장회사협의회 정책1본부장은 “한국은 고용 유연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높은 급여 인상이 이뤄져 기업 경쟁력을 상실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박의명/배태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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