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욱 "인사권자에 신뢰 잃어...물러날 때"...내달 28일자 사직

김경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사진)이 임기 10개월을 남기고 사임을 공식화했다.

김경욱 사장은 28일 “공항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4월 정부의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마무리하고 사임 하겠다”고 밝혔다. 2021년 2월 취임한 김 사장의 임기는 내년 2월 1일까지다.

이날 김 사장은 “지난해 정권이 교체된 뒤 사퇴에 대한 직접적인 압력은 없었다"며 "그러나 최근 발생한 여러 정황으로 미루어 인사권자의 뜻을 알 수 있었다”며 사임을 명확히 했다. 그는 "신뢰를 잃은 것이 확인된 이상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 게 공직자의 자세"라고 덧붙였다.

김 사장은 지난 10일 발생한 여객기 실탄 발견 사건으로 상급기관 보고에서 배제되고, 책임 문제가 불거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공항을 방문해 "철저한 조사를 통해 보안 실패가 확인되면 법령에 따라 단호하게 처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여객기 실탄 발견 문제에 대한 책임이 없는 건 아니지만 인천공항공사 사장이 물러날 정도의 사건은 아니다"라며 "실탄 발견 사건에 책임지고 물러나는 게 아니고 인사권자의 뜻을 확인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지난 23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면담을 통해 '현안 정리 후 용퇴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하고 다음날 사직서를 전달했다.

김 사장은 공공기관장 임기 관련 법령 정비가 필요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는 "현실을 도외시한 법체계로 인해 임기 관련 갈등이 나타나지 않도록 법령이 정비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권이 바뀌어 정책과 가치를 공유하지 못해도 임기를 보장해야 하기 때문에 갈등이 초래된다는 주장으로 해석된다.

그는 "코로나 시국에 취임해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인천공항 현안이 대부분 해결된 시점에 자리를 내려놓게 돼 마음이 편하다"며 "이달 29일 개항기념일 행사와 4월 공기업 경영평가가 마무리되면 이른 시일 안에 업무를 종료하겠다"고 말했다.

인천공항공사는 지난 2001년 개항 이후 총 9명의 CEO가 거쳐 갔다. 5~6대 정창수·박완수 사장이 총선과 지자체 선거 도전으로 중도 사퇴했으며, 8대 구본환 사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에 해임됐다. 구본환 전 사장은 대통령을 상대로 제기한 해임처분 취소 소송에서 승소해 인천공항공사에 복귀했다.

김 사장은 서울 충암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고, 행정고시 33회에 합격해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국토교통부 철도국장과 교통물류실장, 기획조정실장을 거쳐 국토부 제2차관을 지냈다. 이후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충북 충주시에 출마했으나 낙선했고 이후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에 올랐다. 내년 4월 22대 총선 출마 가능성이 꾸준히 떠돌았으나 올해 1월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인천=강준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