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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연쇄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우려가 불거지면서 은행주들이 하락세를 보였지만 ‘서학개미’들은 오히려 은행주를 대거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위기설이 불거지면서 주가가 급락하자 이를 노린 ‘저점매수’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28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7일까지 해외 증시 투자자들은 퍼스트리퍼블릭뱅크를 8216만 달러어치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순매수 금액으로 상위 4위였다. 퍼스트리퍼블릭뱅크는 SVB의 뱅크런 사태가 발생한 이후 파산 위기설이 나온 미국 캘리포니아주 지역은행이다. 퍼스트리퍼블릭은 그동안 부유층을 상대로 대규모 주택담보대출을 하는 등 공격적 영업을 하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으로 영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위기설이 불거졌다.
서학개미들은 최근 주가가 하락한 다른 은행주들도 대거 사들였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1930만달러, SVB의 모회사인 SVB파이낸셜그룹은 1372만달러, 팩웨스트뱅코프는 1358만달러 어치를 각각 순매수했다.
은행들의 위기설이 퍼지면서 주가가 단기간 급락하자 서학개미들이 이를 노리고 ‘저점매수’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미국 정부와 주요 은행들이 진화에 나서면서 급락한 주가가 다시 회복할 것이란 판단이다. 퍼스트리퍼블릭은 지난 8일부터 주가가 급락해 전날까지 87.9% 하락했고, 뱅크오브아메리카도 같은 기간 주가가 12.5% 하락했다. 팩웨스트뱅코프 역시 8일 이후 주가가 62.9% 빠졌다. 서학개미들의 매수세도 대부분 8일 이후 나왔다. 다만 이번 사태의 진원지인 SVB파이낸셜그룹은 지난 17일 상장폐지 돼 투자자들이 손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SVB가 새 주인을 찾으면서 미국 중소은행주들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전날 미국 중소 은행인 퍼스트시티즌스는 SVB의 모든 예금과 대출을 인수하고 720억 달러 규모의 SVB 자산을 165억 달러로 할인매수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소식이 알려지면서 퍼스트리퍼블릭은 전날 11.8% 상승했고 팩웨스트뱅코프(3.46%), 키코프(5.31%), 웨스턴얼라이언스(3.03%) 등 다른 미국 중소형 은행주들도 상승 마감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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