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가 LG전자에 1조 빌린 이유

입력 2023-03-28 16:21   수정 2023-03-29 09:21

이 기사는 03월 28일 16:2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LG디스플레이가 모회사 LG전자에 1조원을 빌렸다. 대기업 그룹에서 모회사 유동성 수혈을 받는 건 보기 드문 일이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등의 여파로 발행시장에서 직접 자금 조달이 쉽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두 회사 모두 상장기업이어서 주주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주가 희비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LG전자에서 1조원을 연 6.06%에 차입하기로 했다. 차입 기간은 2026년 3월30일까지 3년간이다. 2년 거치 1년 분할 상환 조건이다.

대기업 그룹에서 1조원 유동성을 지원 받는 건 자주 있는 일이 아니다. 올해 들어 상장 대기업그룹 중 모회사 차입 지원을 받은 자회사는 태영건설뿐이다. 지난달 삼성전자가 삼성디스플레이에서 20조원을 차입했으나 반도체 설비 투자 목적으로 풀이됐다. 삼성전자(84.78%) 및 삼성SDI(15.22%)가 지배하는 삼성디스플레이는 비상장사이기도 하다. 이번 LG디스플레이의 차입은 상장사끼리의 거래로 운영자금 성격이 강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LG전자가 그룹의 ‘아픈 손가락’인 LG디스플레이의 재무구조 악화를 지켜보고만 있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LG전자는 LG디스플레이 지분 37.9%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LG디스플레이가 모회사 지원을 받은 것은 발행시장을 통한 현금 확보가 쉽지 않아져서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1월까지만 해도 사모채를 통해 337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으나 이달 들어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아졌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와 크레디트스위스(CS) 사태 이후 우량 회사채 발행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늘어났다. 게다가 신용평가사들은 업황 악화에 따른 적자 누적에 LG디스플레이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줄줄이 하향했다. 투자자들은 ‘부정적’ 전망이 달린 회사의 채권에 투자를 집행하길 꺼리는 편이다. 향후 신용등급이 내려가면 더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어 굳이 현 시점에 투자에 나서지 않는 것이다.

이번 LG디스플레이의 차입 금리는 시장 금리보다 낮은 수준에서 결정됐다. 지난 1월 LG디스플레이의 사모채 금리는 연 7.20~7.25%였으나 이번 차입의 경우 6.06%로 1%포인트 이상 이자비용을 절감했다. 지나치게 싼 금리로 빌려줄 경우 LG전자에 배임 이슈가 발생할 수 있어 적정한 수준에서 결정됐다는 평가다.

LG디스플레이와 LG전자 두 회사 주가는 엇갈렸다. LG디스플레이는 모기업의 지원에 힘입어 8.9% 상승한 반면 LG전자는 1.5% 하락 마감했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발행 시장을 두드리긴 어려워서 모회사에 지원을 받은 것”이라며 “재무구조가 나빠지고 있는 LG디스플레이에 수혈을 해줘 LG전자가 ‘손 놓고만 있지 않겠다’는 의지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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