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러시아를 제치고 유럽에 가장 큰 원유 공급국이 됐다고 28일(현지시간) 미국 CNN이 전했다.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이후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제한하고 미국, 카자흐스탄 등으로 원유 공급을 대체하면서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를 크게 줄였다는 분석이다.
이날 EU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EU가 수입한 원유 가운데 18%가 미국산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러시아산 원유는 4%에 그쳤다. 지난해 1월말까지만 하더라도 러시아산 원유가 총 수입의 31%를 차지했고, 2위 미국은 13%였다. 유로스타트는 “러시아산 원유 수입이 지난해 8월부터는 점차 줄어든 결과”라며 “지난해 연말까지 EU의 주요 원유 공급국은 미국, 노르웨이, 카자흐스탄으로 EU가 변화하는 석유시장 환경에 적응하고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를 사실상 제거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EU를 비롯한 서방 국가의 대러 제재는 효력을 드러내고 있다. 러시아의 지난달 석유 수출액은 1년새 거의 반토막 났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지난 15일 발간한 월간 석유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는 석유 수출로 지난 2월 116억달러(약 15조원)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2% 줄어든 금액이다. 유럽 국가들은 푸틴의 돈줄을 차단하기 위해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대폭 줄였고, 지난해 12월 EU와 주요 7개국(G7), 호주 등 27개국은 러시아산 원유의 가격을 배럴당 60달러 이하로 제한하고 이 기준을 지키지 않는 해운사는 미국·유럽 보험사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게 하는 ‘원유 가격 상한제’를 도입했다.
러시아가 EU, 북미 등에 수출하던 물량은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을 향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에서 인도와 중국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대폭 늘렸다. 올 들어 러시아는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중국의 최대 원유 공급 국가에 올랐다. 21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1~2월 중국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은 하루 194만배럴로 전년 동기 대비 23.8% 늘었다. 같은 기간 중국의 사우디산 하루 원유 수입량은 5% 줄어든 172만배럴에 그쳤다.
러시아 국영 통신사 타스 보도에 따르면 니콜라이 슐기노프 러시아 에너지부 장관은 이날 “서방 제재로 손실된 원유와 석유제품의 전체 수출량을 성공적으로 대체했다”고 했지만 “올해 러시아 석유와 가스 생산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며, 유럽 구매자의 부족으로 가스 수출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조영선 기자 cho0s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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