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은 29일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재의 요구권) 행사를 한목소리로 촉구하고 나섰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당정협의회를 마친 뒤 대국민 담화문을 내고 정부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번 법안의 폐해를 국민께 알리고 국회에 재의 요구를 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며 "양곡관리법 개정안 재의 요구를 대통령께 건의하고자 한다"고 했다.
한 총리는 "이 법은 우리 국민이 쌀을 얼마나 소비하느냐와 상관없이 농민이 초과 생산한 쌀은 정부가 다 사들여야 한다는 '남는 쌀 강제매수 법'"이라며 "이런 법은 농민을 위해서도, 농업발전을 위해서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농업계에서도 많은 전문가가 쌀 산업과 농업의 자생력을 해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한 총리는 "쌀은 우리 국민의 주식이며 농업과 농촌 경제의 핵심"이라며 "정말 농업을 살리는 길이라면 10조원도 20조원도 충분히 쓸 수 있겠지만, 이런 식은 안 된다. 안 그래도 지금의 우리 쌀 산업은 과잉 생산과 쌀값 불안이 반복되고 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 산업을 더욱더 위기로 몰 것으로 우려된다"고 했다.
한 총리에 앞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당정협의회 모두발언에서 윤 대통령을 향해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 요구권 행사를 요청했다. 그는 "이 법안의 폐단을 막고 국민과 농민을 보호하기 위해선 헌법상 남아 있는 대통령의 재의 요구권을 행사해달라고 요청할 수밖에 없다"며 "쌀이 그렇지 않아도 과잉 생산되는데, 이 법안이 시행되면 쌀 생산은 더욱 늘어나게 되고 그러면 정부가 점점 더 많은 쌀을 의무적으로 사들여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과잉 생산된 쌀이 쌓이면 정부는 수년이 지난 뒤 거의 헐값에 내다 버리다시피 해야 할 지경이다. 막대한 국민 세금을 그냥 버리는 셈이니 이런 법안이 통과되는 나라가 정상적인 나라일 수가 없다"며 "심지어 쌀 생산량이 대폭 증가하면 자연히 다른 곡물의 다양성이 축소되는 것이기 때문에 식량 안보도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이 법안은 대한민국의 농업을 장기적으로 망치는 결과를 가지고 오게 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지난 23일 야당인 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 수요 대비 초과 생산량이 3~5%이거나 쌀값이 전년 대비 5~8% 하락할 때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전량 매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정부와 여당은 '쌀 공급 과잉 심화'를 우려하며 반대해왔지만, 야당은 쌀값 안정화 필요성을 이유로 밀어붙였다.
윤 대통령은 지난 27일 한덕수 국무총리와 주례회동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 대응 방안과 관련 "긴밀한 당정 협의를 통해 의견을 모아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 취지에 대해 "여당이 우리의 국정 파트너이기 때문에 여당과도 긴밀히 협의해 반영하라고 지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기자들과 만나 "여야가 합의 없이 국민의 민감한 이슈를 일방적으로 처리한 법안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재의 요구를 하겠다고 분명히 얘기했다"고 전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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