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2억원의 현금을 지원하는 것의 적절성은 차치하고라도, 징병 대상인 20대 초반의 남성이 자녀를 세 명 갖는 것이 가능하냐는 것이다. 증여할 자산이 4억원 이상 있는 중산층 이상에만 해당되는 세제혜택에 대한 비판도 뒤따랐다. 국민의힘은 “당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면서도 논의했다는 것 자체는 부인하지 못하고 있다.
사정은 이렇다. 지난 8일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과감한 저출산 대책을 마련하라”고 정부에 주문했다. 이에 여당에선 성일종 당시 정책위원회 의장 주재로 두 차례 회의가 열렸다. 회의에는 각 부처에서 파견 나온 국장급 공무원들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성 전 의장은 “기탄없이 의견을 내달라”고 주문했다. 당 정책위는 공무원들이 낸 정책 아이디어를 그대로 모아 대통령실까지 전달했다는 후문이다. 당연히 검증 절차는 생략됐다.
결국 ‘윤 대통령의 지시에 당이 이만큼 기민하게 움직인다’는 제스처에 불과했다. 문제는 21일 저녁부터 관련 내용이 각종 매체 보도를 통해 외부로 흘러나왔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의 지시는 13일 만에 ‘여론의 뭇매’라는 부메랑으로 여당에 돌아왔다.
소수의 관련자만 알았을 내용이 유출된 배경에 대해서도 갖가지 해석이 나온다. ‘정책위 의장의 임기를 가능한 한 단축하려는 내부자가 의도를 갖고 논란이 될 만한 내용을 언론에 흘렸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해당 내용이 처음 보도된 다음날인 22일 신임 정책위 의장 내정이 전격 발표됐다. 원내대표 선출을 보름 정도 앞두고 서둘러 정책위 의장을 바꾸자 의아하다는 반응이 여권 안팎에서 나왔다.
여당에서 흘러나온 설익은 저출산 대책 아이디어는 올해 들어 지지율 하락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에 어려움만 더했다. 국민 여론보다 윤 대통령, 한 사람만을 의식해 가볍게 당이 움직인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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