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LNG 수입가격이 중요한데, 작년 내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폭등해 유럽의 경우 2020년 5월 대비 현물가격이 100배 올랐다가 현재는 예년의 5배 정도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한국도 LNG를 수입해 발전과 도시가스에 사용하기 때문에 발전 단가가 급격히 올랐고, 이에 따라 한전이 지급해야 할 발전비용도 급격히 증가했다.
SMP는 우크라이나 전쟁 전에 ㎾h당 98원 정도였던 것이 지금은 ㎾h당 250원 정도로 상승했다. 전력한계생산 단가는 2.5배 높아졌다. 이로 인해 올해 국내 전기요금 필요 인상 금액은 최소 ㎾h당 51.6원이지만 물가 안정이라는 목표 때문에 13.1원을 올리는 데 그쳤다. 원가는 높아졌는데 소매단가를 올리지 못하니 한전은 지난해에만 32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고, 누적 적자는 10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이대로 방치하면 송·배전망을 적기에 준공하지 못하고 재생에너지 증가에 따른 부하 변동에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져 결국 대규모 광역정전 사태가 날 수도 있다. 한전의 경영 악화로 전력시장 붕괴가 현실화하고 있다.
정부가 이런 한전의 재무구조 악화를 타개하기 위해 들고나온 게 ‘SMP 상한제(긴급정산상한가격제도)’다. 전력 도매시장에서 발전사에 주는 정산금을 깎아 한전의 적자를 줄여보자는 취지다. 한전의 적자 책임을 발전사에 돌리고 밑지고 장사하라는 뜻이다. 이게 과연 한전의 영업 손실을 막을 수 있는 사회적으로 합리적인 해결책일까?
SMP 상한제는 제로섬도 아닌 마이너스섬 제도다. 첫 번째로 상한제는 공급 부족을 유발한다. 경제학 원론만 봐도 상한제 아래에서 상한가격은 균형가격 밑에 설정돼 수요는 여전하고 공급은 줄어든다. 원래 저렴한 원료를 도입해 저렴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발전사도 원료비와 운영비를 보상받지 못하면 장사를 포기할 마음이 생긴다. 그러면 한국가스공사는 수급 안정을 위해 부족한 물량을 급하게 국제 현물시장에서 높은 가격으로 수입해 공급해야 하고 소비자 역시 더 높은 가격에 전기를 소비할 수밖에 없다.
두 번째는 가격 시그널이 없으면 수요 감소가 일어나지 않는다. 즉 물건의 가치에 비례해 가격이 변동해야 수요가 줄어드는데, 상한제 아래에서는 수요가 더 늘 수밖에 없다. 그러면 가격은 더 폭등하고 한전의 재정 상황은 건전해지는 게 아니라 더 악화한다. SMP 상한제 3개월간 한전은 2조1000억원 정도 적자를 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상한제를 하지 않았다면 3조원 또는 4조원을 절감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세 번째로 손실을 강제당한 발전사는 적자를 만회하기 위해 채권을 더 발행하고 이자까지 갚아야 해 새로운 투자는 생각지도 못하는 상황에 내몰리게 된다. SMP 상한제는 제로섬이 아니라 모든 경제 구성원에게 마이너스섬 게임을 강제하고 전력시장 불안과 금융시장 위기로 확대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정상적인 시장 제도 운영을 하루빨리 회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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