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0억 클럽 특검법 상정을 위해 30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작심한 듯 쓴소리를 했다. 이날 법사위원들이 회의 준비로 분주할 무렵 검찰은 50억 클럽으로 지목된 박영수 전 국정농단 사건 특검의 주거지 및 사무실과 2014년 이사회 의장을 맡았던 우리은행 본점 등을 한꺼번에 압수수색했다. 50억 클럽은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인 김만배 씨 등으로부터 로비를 받은 인물들을 말한다.
검찰이 50억 클럽으로 거론된 인물을 강제 수사하는 것은 2021년 11월 곽상도 전 의원 이후 1년4개월여 만이다. 곽 전 대표만 지난해 2월 기소됐을 뿐 박 전 특검과 김수남 전 검찰총장, 최재경 전 청와대 민정수석, 권순일 전 대법관 등 나머지 인물에 대한 수사는 그동안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김만배 씨 등 대장동 일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수사가 대대적으로 이뤄진 것과는 대조적이다. 특검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게 된 배경이다.
특히 곽 전 의원이 아들 퇴직금 명목으로 화천대유로부터 50억원을 받았다는 뇌물 혐의가 지난달 1심에서 무죄로 인정되면서 특검 논의에 더욱 불이 붙었다. 여론 변화를 감지한 검찰이 부랴부랴 곽 전 의원 공소유지 담당 인력과 50억 클럽 수사 인력을 늘렸지만, 검찰 내에서 이 사건이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엔 부족했다. 특검법을 발의한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법사위 회의에 출석해 “녹취록이 매우 구체적으로 공개됐음에도 검찰은 곽 전 의원을 제외한 다른 인물들을 사실상 수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검이 수사에 혼선을 줄 수 있다”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우려도 물론 고려해야 한다. 다만 검찰이 지금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왜 특검 논의가 본격화했는지다.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이 불거진 뒤 1년6개월간 50억 클럽에 대한 진상 규명 의지를 보여줄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다. 이 기회를 살리지 못해 특검에 수사를 내줄 수 있는 초조한 상황에 내몰린 셈이다. 검찰은 ‘압수수색 시점이 공교롭다’는 지적이 나온 이유를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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