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시즌을 맞아 '벚꽃'에 대한 관심이 정치·사회적 이벤트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본격적인 축제 시작 전부터 여의도 벚꽃길은 사람들로 붐볐다.
나들이 시즌에 '미세먼지'에 대한 검색량도 높았으나,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와중에 마스크 착용률은 낮아 시민들 건강에 주의가 당부된다.
무릎 꿇은 전두환 손자보다 벚꽃·미세먼지 검색량↑
31일 벚꽃축제를 하루 앞둔 여의도 벚꽃길에는 벌써 인파로 북적였다. 당초 4월 4일 열릴 예정이었던 이 축제는 예상보다 벚꽃이 일찍 만개하는 바람에 사흘 앞당겨졌다.
최근 벚꽃 축제는 다른 정치·사회적 이벤트보다도 시민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후 맞이하는 첫 '노마스크' 벚꽃 구경인 만큼, 정치와 사회에 대한 관심도가 비교적 떨어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전 대통령인 고(故) 전두환씨의 손자 전우원씨가 광주를 찾아 5.18 유족과 피해자들에게 무릎을 꿇고 큰절을 올리며 "제 할아버지 전두환 씨가 5·18 학살의 주범"이라고 사죄하며 큰 화제를 모았다. 이에 검색량 지표인 구글 트렌드에서는 '전두환'의 검색량이 급상승했다. 전우원씨는 그의 본명보다 전두환을 통해 검색하는 경향 탓에 '전우원'으로 나타나는 검색량은 없다.
이날 전우원씨의 언행으로 '전두환'의 검색량이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정치권 주요 인사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나들이 인기에 대기질과 관련된 '미세먼지'에 대한 관심도 '전두환'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먼지 '나쁨'인데 대부분 '노마스크'
그러나 이날 여의도 벚꽃길을 걷는 행인 중 마스크를 쓰는 이는 체감상 10~20%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이날 한국환경공단 에어코리아에 따르면, 오후 4시 기준으로 서울의 일평균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당 39㎍(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으로 '나쁨(36~75㎍/㎥)'을 기록 중이다. 일평균 미세먼지(PM 10) 농도는 ㎥당 85㎍으로 역시 '나쁨' 수준이다.
지난해 서울의 3월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21㎍/㎥였는데, 올해는 30㎍/㎥를 웃돌고 있다. 이는 중국 정부가 '제로 코로나' 봉쇄 정책을 풀고 산업 활동을 재개하면서, 중국발 미세먼지 영향이 큰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 생태환경부에 따르면 중국의 올해 1~2월 초미세먼지 농도는 51㎍/㎥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5%가량 증가했다. 여기에 올봄 따뜻한 날이 많아진 탓에 대기 흐름이 정체된 현상도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부모님과 함께 여의도 벚꽃길을 찾은 박모씨(32)는 "꽃구경 기회는 정말 오랜만이어서 간만에 연차 쓰고 부모님을 모시고 나와서 눈도 마음도 너무 즐거웠다"면서도 "사진도 찍어야 하고 기분도 그냥 좋아서 마스크 벗고 다녔는데 목이 칼칼하더라. 저는 목에 이상한 느낌이 들자마자 바로 다시 썼는데, 다들 벗고 다니는 분위기 같다"고 말했다.
부부끼리 왔다는 60대 옥모씨는 "나는 조금 둔감하고 답답한 걸 굉장히 싫어해서 요즘 마스크 없이 다니고 있는데, 아내는 목이 아프다면서 그냥 쓰고 다닌다"고 설명했다.
"이젠 그냥 익숙해졌어요"
일각에서는 이제 미세먼지에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정말로 '매우 나쁨' 정도 수준이 아닌 이상 마스크 없이 다니는 게 익숙해졌다는 의견도 나왔다. 인근에서 회사를 다닌다는 이모씨(30)는 "이젠 그냥 익숙해졌다"면서 "하도 익숙해져서 불편하다는 생각도 이젠 안 든다"고 전했다.한국갤럽이 지난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에게 실내와 실외 마스크 착용 여부를 물은 결과 '실내외 모두 착용' 45%, '실내에서만 착용하는 편' 15%, '실외에서만 착용하는 편' 11% 등으로 나타났다. 40대 이상 절반가량은 실내외 양쪽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는 편이고, 저연령일수록 비착용자가 많았다.
미세먼지로 인한 불편 정도를 물은 조사에서는 '불편하다'는 73%였다. 이는 2019년 조사 때(81%)보다 8%포인트가량 낮아진 결과다.
전문가들은 최근 미세먼지 농도에 마스크 착용을 당부하고 있다. 최근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조재림·김창수 교수, 가천대 길병원 신경과 노영 교수 공동 연구팀은 미세먼지를 비롯한 대기오염 물질에 노출되면 알츠하이머 치매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조 교수는 "대기오염이 심한 날에는 외출을 삼가고, 바깥 활동을 해야 한다면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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