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의 경영 공백이 장기화할 전망이다. KT는 31일 주주총회에 재선임안(임기 1년)이 올라와 있던 강충구 이사회 의장(고려대 교수) 등 사외이사 세 명이 모두 후보에서 사퇴했다고 발표했다. 임기가 남아 있던 사외이사 세 명 중 두 명은 지난 28일 사퇴했다. 1일부터 KT 이사회에는 사외이사 단 한 명(김용헌 전 헌법재판소 사무처장)만 남게 된다. 주요 대기업 상장사 이사회가 ‘공중분해’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한국과 미국 뉴욕증시에 모두 상장된 KT는 이사회 재구성, 새 대표이사 선임 등의 절차를 모두 마치는 데 최소 5개월이 걸린다고 밝혔다. 아무리 빨라도 가을에나 새 경영진이 꾸려진다는 뜻이다.
KT는 비상 경영위원회 산하 ‘뉴 거버넌스 TF’를 통해 이사진 및 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정관상 사외이사 후임이 없을 경우 새로운 사외이사가 선임될 때까지 기존 사외이사가 이사 대행을 하도록 한 만큼 이사회 운영은 가능하다는 것이 KT의 설명이다. 주총을 진행한 박종욱 직무 대행(경영기획부문장)은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속담처럼 KT를 빨리 정상화해서 성장 기반을 탄탄히 다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네이버 카페 ‘KT주주모임’을 이끄는 한 남성(아이디 알바트로스)은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KT에 정부가 매번 외압을 행사한다는 것에 대해 개인 주주들은 굉장히 분노하고 있다”며 “비전문가 정치인 등이 KT의 요직을 차지하지 못하도록 정관을 변경해 낙하산 인사를 막아 달라”고 강조했다. 그는 윤경림 대표이사 후보 및 이사진 연임안에 반대한 현대차그룹에 대해서도 “상호 주식교환을 한 관계”란 점을 강조하며 기존 경영진을 부정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행보라고 지적했다.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등 적극적 주주환원 정책도 주문했다.
민주노총 계열 KT새노조 측 관계자들은 박 대행과 이사진에 대해 “이권 카르텔의 공범”이라며 “모두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목동에서 왔다고 밝힌 한 주주는 “중요한 문제(경영진 구성)는 다 어그러진 것 같다”며 회의 종료를 요청했다. KT가 이 요청을 받아들이려 하자 발언 기회를 기다리던 다른 주주들이 반발했다. “이것은 사기다” “면담을 요청한다” 등의 고성이 행사가 끝날 때까지 이어졌다.
박 대행은 “주주들의 정관변경 제안을 뉴 거버넌스 TF에 전달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구현모 대표와 윤 후보의 사퇴 배경을 밝혀달라는 요청에 대해선 “배경을 파악하지 못했다”며 답변을 피했다.
KT의 기업 가치는 구 대표의 연임 시도가 불발된 후 급격히 떨어졌다. 작년 8월 10조원을 돌파했던 KT 시가총액은 이날 7조6897억원(주당 2만9450원)까지 내려갔다.
이상은/이승우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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