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폭이 줄어들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수준으로 떨어진 에너지 가격 덕분이다.
유럽연합(EU)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는 3월 유로존 소비자물가가 1년 전에 비해 6.9%(속보치) 상승했다고 31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작년 11월 이후 다섯 달 연속 둔화세가 유지됐다. 8.5%로 집계된 2월 소비자물가보다 상승폭이 1.6%포인트 축소됐다. 1991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래 상승세가 가장 큰 폭으로 둔화했다.
이는 지난해 러시아의 유럽향 천연가스 공급 중단 여파로 급등했던 에너지 물가가 약 1년 만에 안정을 되찾은 덕분으로 분석된다. 에너지 물가는 지난달엔 전년 2월보다 13.7% 오르는 상승률을 기록했으나 이달 들어서는 1년 전보다 0.9%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식료품·주류·담배 물가 상승률은 1년 전보다 15.4% 뛰었다. 전월(15.0%)보다도 상승 폭을 더 키웠다. 서비스 물가 상승률도 2월보다 0.2%포인트 상승폭이 확대된 5.0%를 기록했다. 공업제품은 6.6% 올라 전월보다 상승폭이 0.2%포인트 축소됐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료품 등을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도 5.7%로 전달(5.6%)에 이어 또 유로화 도입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물가의 근본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가 잡히지 않고 있는 만큼 향후 금리인상 속도 조절을 둘러싼 유럽중앙은행(ECB)의 고심도 깊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ECB는 물가를 잡기 위해 작년 7월부터 기준금리 인상을 잇달아 단행해오고 있다. 현재 기준금리는 연 3.5%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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