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 기온이 25도를 넘나들어 냉면 먹기 딱 좋은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입맛 자부심 높기로 유명한 ‘평냉(평양냉면)’ 마니아라면 가슴이 설렐 법도 한데, 올해는 그렇지도 않다.
연초부터 봉피양, 을밀대, 필동면옥 같은 유명 평냉 맛집들이 잇달아 가격을 올리고 있어서다. 한 그릇에 1만5000원 벽이 뚫려 이젠 1만6000원이 대세로 굳어질 조짐을 보인다.
올해 서울 유명 평양냉면집 중 가장 먼저 가격 인상에 나선 곳은 염리동에 본점을 둔 을밀대다. 을밀대의 물냉면과 비빔냉면은 2년 만에 각각 1만3000원에서 1만5000원으로 2000원 인상됐다. 올해 가격 조정은 안 했지만, 이미 1만6000원을 찍은 65년 전통 우래옥까지 포함하면 상당수 유명 평양냉면집의 1인분 가격은 ‘1만5000원 이상’이 됐다. 이런 추세가 유명 평양냉면집에만 국한되는 것도 아니다. 한국소비자원의 가격 정보 사이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서울 지역의 냉면 1인분 평균 가격은 1만692원으로 지난해 같은 때 평균 가격(9962원)에 비해 7.3% 비싸졌다. 2년 전 같은 달과 비교하면 18.8% 올랐다.
국산 메밀 가격도 쉼 없이 오르고 있다. 가격비교사이트 에누리닷컴에 따르면 강원도산 메밀가루 20㎏은 2021년 17만원대에서 최근 25만원대까지 뛰었다.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국내산과 외국산 모두 생산량이 줄어든 영향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중국과 함께 세계 5대 메밀 생산국이다.
국내 주산지인 강원도는 지난해 가을 수확철에 강풍 피해를 봤다. 메밀은 가볍기 때문에 바람이 세면 알곡이 떨어져 나간다. 월 환산 기준 400만원을 넘는 시급을 제시해도 지원자를 찾기 어려운 외식업계 최악의 일손 부족도 평양냉면 가격 인상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달 말 기준 서울 지역 짜장면 1인분 평균 가격은 6723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5769원)과 비교해 16.5% 인상됐다. 2년 전 같은 달(5346원)과 비교해선 25.7% 올랐다.
주재료인 밀가루 가격이 지난달 22.3% 급등한 게 직격탄을 날렸다. 이는 2009년 4월 후 최고를 찍은 전체 가공식품 물가상승률(10.4%)을 두 배 이상 웃도는 수치다.
송영찬/한경제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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