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용 반도체의 진입 장벽은 다른 분야보다 높다. 차로 유지 등을 담당하는 반도체가 제 기능을 못 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반도체기업들은 영하 40도, 영상 100도 같은 극한 환경에서 기술 검증을 받는다. 혹독한 테스트를 통과하고 국제 인증을 받아야 납품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자율주행차용 반도체 수주가 ‘기술력의 쾌거’로 평가받는 이유다.
모빌아이는 공장이 없는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업체)라서 칩 생산을 외부에 맡긴다. 지금까진 주로 대만의 파운드리업체 TSMC가 수주했다. TSMC가 생산한 모빌아이 칩은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같은 차량용 반도체 전문 업체들이 다른 칩과 패키징해서 보쉬, 현대모비스 등 완성차 1차 부품사에 납품한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자율주행 기업들의 반도체를 생산한 실적을 갖고 있다. 2019년부터 14나노미터(㎚, 1㎚=10억분의 1m) 공정에서 테슬라의 3세대 자율주행(FSD) 칩을 생산했다. 8㎚ 공정에서 4세대 FSD 칩 생산도 맡았다. 테슬라의 차세대 칩 수주를 놓고 TSMC와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2월엔 자율주행 전문기업 암바렐라와 ADAS칩 ‘CV3-AD685’를 최첨단인 5㎚ 공정에서 생산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칩은 카메라와 레이다(Radar)를 통해 입력된 운전 상황을 스스로 판단하고 제어하는 등 자율주행 차량의 ‘두뇌’ 역할을 한다. 삼성 관계자는 “CV3-AD685의 인공지능(AI) 성능이 20배 이상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차량용 반도체 물량은 현재 위축된 파운드리 시장이 살아나는 ‘반전의 계기’가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를 통해 “기술경쟁력 제고와 더불어 전장(자동차 전자장비)용 반도체 시장 진입을 확대하고 있다”며 “파운드리 공정의 기술 리더십을 강화하고 자율주행 차량 분야 신규 고객사를 지속 확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황정수/최예린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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