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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당 수천만원을 법무법인에서 받기로 계약하고 직접 의원실을 돌며 공동 발의 서명을 받는 전직 보좌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법인들은 국회 검토보고서 작성에도 영향력을 행사한다. 각 상임위 전문위원들이 작성하는 검토보고서는 법안의 파급 효과와 관련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이 담겨 있다. 한 번 회의에 수십 건의 법안을 심의하는 국회에서 검토보고서는 법안의 생사를 결정짓는 역할을 한다. 법무법인에 고문 등으로 영입된 국회 사무처 전직 직원들은 후배인 현직 전문위원에게 연락해 검토보고서 내용이 긍정적으로 작성되도록 한다.
이해관계자가 많은 법안은 상임위 논의가 지연되거나 법제사법위에서 틀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때는 전직 의원들이 나선다. 친분이 있는 현역 의원들과 만나 법안의 신속한 처리를 넌지시 부탁한다. 한 법무법인에서 고문을 맡고 있는 전직 다선 의원은 21대 국회에서만 수십 건의 법안을 통과시켜 상당한 성과 보수를 받았다는 소문이 정치권에 자자하다.
법무법인들은 국정감사 등의 증인으로 출석하는 기업인에 대한 컨설팅 사업도 강화하고 있다. 예상 질문을 미리 뽑아 숙지시키고, 역할을 나눠 답변 연습도 해준다. 지난해 10월 국감에서는 출석할 상임위 회의장까지 빌려 연습 기회를 준 모 법무법인이 6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장은 상임위원장의 보좌진을 통하면 빌릴 수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회의장은 대체로 비어 있어 상임위 소속 의원실에서 ‘언제부터 언제까지 쓰게 해달라’고 요청하면 어려움 없이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국회 출석 컨설팅’은 지난해 2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과 관련해 산업재해 청문회가 열리면서 시장이 커졌다. 당시 청문회 대상으로 지목된 모 대기업에서 대형 법무법인에 수십억원을 컨설팅비로 썼다는 소문이 돌면서 관련 비용이 올라갔다는 후문이다.
국내 입법 로비 시장은 2017년 이후 크게 성장했다. 국정농단 사태로 대기업들이 직접 정치권과 상대하는 것을 꺼리면서 법무법인에 의존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에 맞춰 법무법인들은 거물급 인사를 잇따라 영입하고 있다.
법무법인의 입법 로비 활동을 원천 차단하기 어려운 만큼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승민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로비가 합법화된 미국의 경우 로비스트 업체가 지난 6개월간 접촉한 정치인과 비용 사용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며 “국회에서 활동하는 법무법인도 이 같은 정보 공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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