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 재건축 정비사업 단지들이 계속되는 공사비 인상 압박 속에서도 조경 특화 등 단지 고급화에 나서고 있다. 추가 공사비 지출을 감수하더라도 단지 고급화를 내세워야 향후 부동산 시장 회복기에 가격 상승을 주도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입주 릴레이를 시작한 개포동에서는 조경 특화를 둘러싸고 조합원 간 의견차가 커지는 등 공사비 인상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개포주공1단지는 재건축을 진행한 개포주공 단지 중에서도 면적(39만9742㎡)이 가장 넓다. 조합은 7만㎡ 규모의 숲 조성 등 조경 특화를 위해 170억원의 공사비를 책정했다. 그러나 인근 개포 재건축 조합이 조경 고급화에 나서면서 추가 공사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재건축을 진행한 2단지와 3단지의 조경 공사비는 각각 3.3㎡당 52만원, 75만원에 달한다. 입주를 시작한 4단지 역시 조경 공사비만 3.3㎡당 69만원을 기록했다. 고급화 설계를 거치며 공사비가 상승했다. 개포주공1단지 조합원은 “단지 면적은 1단지가 가장 큰데 조경 공사비가 부족해 다른 단지보다 뒤처진다는 소리를 들을까 걱정”이라며 “단지의 3.3㎡당 조경 공사비가 18만원 수준”이라고 했다.
그러나 조합원 사이에선 과도한 공사비 지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다른 조합원은 “조경 특화 안건이 이사회에서 부결된 이유가 결국 공사비 상승 문제 때문”이라며 “추가 공사비를 더 내자는 얘기에 반감을 가진 조합원도 많다”고 말했다. 조합 측은 “추가 조경 공사비는 200억원 수준”이라며 “조합원이 추가 분담금을 내거나 지출하지 않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서초구 재건축 단지도 사정은 비슷하다. 재건축 단지가 모여 있는 반포동 일대 주요 단지도 공사비 상승 갈등 속에 단지 고급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반포래미안원베일리는 조경과 커뮤니티 시설 고급화 등을 이유로 1560억원의 공사비 증액을 논의 중이다. 신반포메이플자이 역시 특화설계 등으로 인한 공사비 증액 논의를 거쳐 최근 증액과 공기 연장에 잠정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강남권은 특화 설계에 따른 공사비 인상 요인이 관심”이라며 “주민도 결국 공사비 증액으로 단지 고급화를 선택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