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는 자사주 1775만9040주(지분 2.4%)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B 15억달러를 발행한다고 3일 공시했다. EB는 기업들이 보유한 자사주를 담보로 발행하는 채권이다. EB 투자자들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발행한 회사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고, 교환을 원하지 않으면 채권 금리를 받고 만기에 상환할 수 있다.
발행일은 4월11일이다. 주당 교환가격은 11만1180원으로 설정됐다. EB 만기는 7년이며 오는 5월 22일부터 주식으로 교환이 가능하다. 주관사는 미국 메릴린치다. 이 회사 관계자는 발행 목적에 대해 "불투명한 자금조달 환경이 도래한 만큼 선제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것"이라며 "원재료 구매 등 자사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모처럼 자금조달에 나선 배경에 대해 반도체 설비투자 자금을 충당하려는 목적도 깔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계 2위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SK하이닉스는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는 상황에서도 올해 조단위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지난해 설비투자 계획에 대해 “내년 투자를 올해 대비 50% 줄일 것”이라며 “일정 기간 투자 축소와 감산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지난해 이 회사는 19조원가량을 투자한 만큼 올해 9조원 이상을 설비 구축에 쏟을 것이라는 의미다.
반도체 업계의 선제적 자금확충 흐름은 삼성전자에서도 볼 수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2025년 8월 16일까지 30개월간 연 이자율 4.6%에 20조원을 차입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20조원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반도체 투자에 활용할 계획이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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