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이 아프리카 모로코에서 이차전지 핵심 소재인 수산화리튬 확보에 나선다. 글로벌 주요 배터리 제조업체 가운데 아프리카에서 배터리 광물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은 LG에너지솔루션이 최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유럽연합(EU) 핵심원자재법(CRMA) 등으로 ‘탈(脫)중국’이 시급해지면서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배터리 업계의 발걸음이 바빠지고 있다.
5일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 리튬화합물 제조 업체인 야화와 아프리카 모로코 지역에서 수산화리튬을 생산하기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사안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이 야화와 모로코에 수산화리튬 생산 공장을 합작 설립하는 것을 포함해 다양한 협력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잠정적으로 2025년부터는 생산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했다.
수산화리튬은 배터리 소재인 양극재에 쓰이는 원료다. 또 다른 핵심 원료인 니켈과 합성이 쉬워 '하이니켈 고용량 전기차 배터리'를 만드는 데 쓰인다. 에너지 밀도가 높고 한 번 충전으로 주행할 수 있는 거리가 긴 고성능 배터리를 만들 수 있어 업계에선 안정적인 수산화리튬 공급망 구축에 힘쓰고 있다.
북미에서 생산되는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IRA 영향으로 공급망을 다변화해 중국산 의존도를 낮추는 것도 중요한 과제가 됐다. 현재 한국은 수산화리튬 수입량의 84%가 중국산이다. 이달 18일부터 적용되는 IRA 배터리 세부 지침에 따라 중국에서 추출된 소재라도 미국이나 미국과 FTA를 맺은 국가에서 가공하면 보조금 지급 조건을 충족할 수 있게 됐지만, 이것도 2년 후부터는 장담할 수 없다. 미국 재무부가 배터리 핵심 광물은 2025년부터 중국 등 '우려 대상 외국 법인'에서 조달하지 못하도록 규정했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모로코를 새로운 수산화리튬 조달지로 점찍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모로코는 미국·EU와 모두 FTA를 맺고 있다. 배터리 핵심 광물을 추출하는 과정에서 50% 이상의 부가가치를 미국이나 미국 FTA 체결국에서 창출하면 보조금 지급 대상이 된다.
LG에너지솔루션이 이번에 손잡은 야화는 중국 간펑리튬, 미국 앨버말과 함께 세계 3대 수산화리튬 제조 업체다. 회사 관계자는 "전 세계 주요 배터리 업체로부터 제품 품질이 검증된 곳"이라며 "중국 업체이지만 IRA 세부 조건을 충족할 수 있도록 공정을 설계할 것"이라고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앞서 독일, 호주, 칠레 등에서도 수산화리튬을 확보했다. 김동수 LG에너지솔루션 구매센터장은 "이번 협력을 바탕으로 앞으로 고성장이 예상되는 북미와 EU 시장 내 원재료 공급망을 한층 더 강화할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도 차별화된 원재료 공급 안정성과 품질 경쟁력을 갖추겠다"고 말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