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여중생 2명을 호텔로 유인해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 라이베리아 국적 공무원 2명이 1심에서 징역 9년을 선고받았다.
5일 부산지법 형사5부(부장판사 장기석)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특수강간·유사 강간·강제추행)과 공동감금 혐의로 구속기소 된 라이베리아 국적 50대 공무원 A씨와 30대 B씨에게 각각 징역 9년을 선고했다. 7년간의 신상정보 공개, 7년간 아동 및 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제한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교육 행사를 위해 국내에 머무르던 중, 음식과 술을 미끼로 중학생들을 유인해 유사 강간, 강제추행, 감금하는 등 그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며 "피해자들이 극심한 고통을 받았음에도, 여전히 범행을 부인하고 책임을 피하려고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A와 B씨는 지난해 9월 22일 오후 7시 30분께 부산역을 지나던 여중생 2명에게 음식과 술을 사주겠다며 자신들의 호텔 방으로 유인했다.
이들이 휴대폰 번역기를 통해 성관계 등을 요구했다. 피해자들은 이를 거부하고 지인들의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객실 밖으로 나갔으나 끝내 붙잡혀 왔다. 이후 이들은 객실 내 불을 끄고 거부 의사를 밝힌 피해자들에게 성폭행과 유사 강간, 강제추행 등을 저질렀다.
이날 오후 10시 52분께 피해자들의 연락을 받고 찾아온 지인들이 문을 두드리자, A씨와 B씨는 소리를 지르며 출입문을 막아 20여 분간 피해자들을 감금했다.
재판 과정에서 A씨와 B씨는 피해자들과는 동의를 받고 성관계를 가졌고, 낯선 사람들이 갑자기 찾아와 문을 두드리니 이를 막은 것뿐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다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한 이들은 경찰에 체포될 때 외교관 여권을 가지고 '외교관 면책특권'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찰은 국내 근무를 위해 부여받은 외교관 신분이 아니어서 면책특권을 규정한 비엔나협약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보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후 검찰이 이들을 구속기소 했다.
한편 해당 공무원들은 범행 당시 해양수산부와 국제해사기구(IMO)가 공동 주최한 '한국해사주간' 행사의 교육 프로그램에 참석하기 위해 부산을 방문했다. A씨는 라이베리아 해사청 해양환경보호국장, B씨는 IMO 소속 런던 주재 라이베리아 상임대표로 알려졌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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