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구글·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를 정조준했던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의 규제정책이 별다른 성과 없이 흐지부지될 전망이다. 자국 빅테크의 힘을 빼는 행위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면서다. 미국은 지난해 주요 빅테크 규제법안을 모두 폐기한 뒤 규제의 총구를 틱톡·핀둬둬 등 중국 온라인 플랫폼으로 옮기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쟁이 심화하면서 빅테크 규제도 자국 우선주의가 적용되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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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미국 혁신 및 선택 온라인법(AICO)’과 ‘오픈앱 마켓법(OAMA)’ 등을 동시에 발의하면서 빅테크의 긴장감이 고조됐다. 이 법안은 독점에 대한 복잡한 분석 없이 특정 플랫폼 기업이 자사 제품을 우대하는 등의 불공정행위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한 게 핵심이다. 유럽이 아마존·구글 등 특정 플랫폼에 대해 사전 금지 행위를 지정한 디지털시장법(DMA)에 이어 미국까지 빅테크 규제 행렬에 동참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작년 말 AICO와 OAMA는 미국 의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모두 폐기됐다. 공화당이 다수당을 차지한 118대 미국 하원도 빅테크 규제안을 처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최소한 내년까지 빅테크 규제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사라진 셈이다.
경쟁법 전문가들은 빅테크 규제에 대한 미국의 기류 변화가 세계 경쟁당국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의 빅테크 규제책은 기존 경쟁법 체계 자체를 바꾸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AICO는 아마존이 자사 제품을 우선 노출하는 ‘자사우대’나 납품업체에 최저가 납품을 강제하는 ‘최혜국 대우’ 등에 대해 시장획정이나 경쟁제한성 분석 없이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가격 결정권을 독점의 주요 판단 기준으로 따지는 기존 경쟁법의 체계 변화를 의미했다. 하지만 빅테크 규제의 기류가 바뀌자 미국 현지에서도 “칸 위원장의 개혁 약속은 공수표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 경쟁법 전문가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커지면서 플랫폼 기업을 국가 자산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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