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6000억원대로 추락했다. 반도체 업황 악화 여파에 분기 영업익이 1조원에도 못 미친 '어닝쇼크'(급격한 실적 악화)다. 전년 동기(14조1200억원) 대비 무려 96%가량 급감한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익이 1조원을 밑돈 것은 2009년 1분기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분기 영업익 6000억…금융위기 이후 최악 실적
7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올 1분기 연결기준 잠정 영업익 6000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95.75% 폭락했다. 같은 기간 잠정 매출액도 63조원으로 19% 감소했다. 금융위기 여파가 이어지던 2009년 1분기(5900억원) 이후 최악이자 증권가(애프엔가이드) 추정치 영업익 1조1000억원, 매출액 64조2000억원도 하회했다. 실적 부진의 주된 배경은 '반도체 쇼크'다. 부문별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그간 영업이익의 60~70%를 차지하던 반도체(DS) 사업부 부진이 실적을 끌어내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반도체는 코로나19 확산이 이어지던 2021년까지만 해도 비대면 수요로 탄탄한 실적을 냈으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 등 악재가 겹치며 업황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시장 상황이 예상보다 빠르게 악화하며 지난해 1분기 14조대였던 영업익은 같은해 4분기엔 4조원대로, 올 1분기에는 1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업계에선 1분기 DS사업부에서만 4조원대 영업손실을 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적자는 2009년 1분기가 마지막이었다.
다만 스마트폰, TV·가전 등을 만드는 DX 부문은 올해 1분기 4조원대 초반의 영업익을 거두며 실적 일부를 만회한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을 담당(MX) 사업부가 업황 대비 호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갤럭시S23 시리즈 출하량은 1100만대를 기록했다
결국 '감산 카드' 꺼낸 삼성…"하반기 실적 개선될 것"
삼성전자의 핵심 캐시카우(현금 창출원)인 반도체 부문은 최근 가격 하락이 심화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정보기술(IT)·가전제품에 들어가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줄고, 업체들도 주문량을 축소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 침체는 올해 2분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여 당분간 실적 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디램 가격 반등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올 2분기부터 낙폭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삼성전자의 물량 감소도 긍정적인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올 하반기부터는 실적이 상반기보다는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한편 그동안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기조를 유지하던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감산을 공식화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설명자료를 내고 "공급성이 확보된 제품 중심으로 의미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 중"이라며 "단기 생산 계획은 하향 조정했지만 중장기적으로 견조한 수요가 전망되는만큼 필수 클린룸 확보를 위한 인프라 투자는 지속하고, 기술 리더십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R&D) 투자 비중도 확대해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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