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산업화 역사는 에너지를 생산하고 사용한 역사다. 과거 인간은 나무 땔감으로 생활했고 18세기 석탄을 발견하면서 물류 운송 비용이 급감했다. 이는 1차 산업혁명의 도화선이자 전 세계 가격 안정의 계기가 됐다. 20세기 들어 석유를 발견해 석탄을 일정 부분 대체했고 이때부터 해상물류 운송 비용이 급감하면서 세계 국제무역도 활발하게 이뤄지기 시작했다. 석유는 액체라 저장이 용이하고 이동도 자유롭기 때문이다.
전 세계는 인플레이션에 대해 한시름 덜게 됐고, 저소득층은 저렴한 물품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등 자유무역의 혜택을 누리게 됐다. 이렇게 경제성을 달성한 에너지 전환을 통해 자유무역의 가장 큰 혜택을 받은 대표적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중화학공업과 제조업을 바탕으로 막대한 수출과 수입을 통해 경제를 성장시킨 계기가 에너지 전환 덕분이었다.
그러나 S&P글로벌의 부대표이자 에너지 전문가인 대니얼 예긴이 지적한 것처럼 현재 탄소중립을 통한 에너지 전환은 경제성을 담보한 과정이 아니라 정치적 산물이다. 그는 한동안 에너지 인플레이션과 그로 인한 파급 인플레이션에 노출될 것으로 예견했다. 현재 인류가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전기화이고, 전기 생산 방식 중 태양광과 풍력 발전을 주로 택하고 있다. 이때 재생에너지를 얻기에 지리적 여건이 좋은 특정한 곳에서 전기를 생산해야 효율이 높을 것인데, 문제는 이렇게 생산한 전기에너지를 옮기려면 송·배전망을 수요지까지 엄청나게 깔아야 한다는 점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탄소중립 기술 투자와 더불어 송·배전망 투자도 그만큼 천문학적으로 늘려야 탄소중립이 가능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전환 표에서 볼 수 있듯 궁극적으로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를 통해 열에너지를 공급하고 친환경 바이오 연료로 화학원료를 대체해야 한다. 항공기를 재생에너지, 바이오유, 또는 배터리로도 운항할 수 있도록 기술적 진보를 이루고 경제성까지 갖춰야 탄소중립이 가능하다. 결국 난방과 취사를 포함한 전반적인 경제생활에 대한 에너지 비용이 증가하면서 산업체는 열을 통한 공정을 전기로 대체해야 하는데, 이때 막대한 비용 상승으로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고 특히 저소득층이 커다란 고통을 겪게 될 것이다.
현재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은 필연적으로 부의 불평등을 심화할 것이다. 고비용 구조로 진행되는 비경제적 탄소중립 과정은 인류사적으로는 친환경을 위해 시작했지만 에너지 빈곤층을 양산하는 이면이 존재함을 명심해야 한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