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줄었지만…외국서 받은 배당으로 버틴 경상수지

입력 2023-04-07 18:19   수정 2023-04-08 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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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경상수지가 5억2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수출 부진과 해외여행 증가가 겹치며 11년 만에 두 달 연속 적자가 발생했다. 하지만 2월 경상수지는 1월(-42억1000만달러)보다는 적자 폭이 줄었고, 같은 달 무역적자(52억7000만달러)와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에 그쳐 ‘최악은 피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해외에서 벌어들인 배당, 이자 수익이 늘면서 상품·서비스수지 적자를 일부 메운 데다 무역적자에 비해 상품수지 적자가 적었기 때문이다.
○경상수지 11년 만에 2개월 연속 감소

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경상수지가 두 달 연속 감소한 것은 2012년 1~2월 후 처음이다. 당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남유럽 재정위기로 수출이 타격을 받던 시기였다.

올 1~2월 경상수지 적자는 47억3000만달러로 집계됐다. 경상수지는 지난해 12월 26억8000만달러 흑자 이후 올해 1월(-42억1000만달러), 2월(-5억2000만달러) 연속 적자가 이어졌다.

2월 상품수지는 13억달러 적자였다. 5개월 연속 적자다. 올 1월(-73억2000만달러)보다는 적자 폭이 줄었지만 작년 2월(43억5000만달러 흑자)과 비교하면 56억5000만달러 급감했다.

서비스수지는 20억3000만달러 적자였다. 여행수지(-10억1000만달러) 적자가 큰 영향을 미쳤다. 여행수지는 3개월 연속 10억달러 이상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내국인의 해외 여행이 급증하는 가운데, 중국인 단체 등 관광객 유입은 회복되지 않은 여파다.

운송수지는 2억2000만달러 적자였다. 1년 전보다 16억4000만달러 감소하며 적자 전환했다. 수출 화물운임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운송수입이 크게 줄었다.
○1~2월 무역적자의 4분의 1 수준
무역적자와 비교하면 경상수지 적자는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무역적자는 지난 1월 125억1000만달러, 2월 52억7000만달러로 1, 2월 누적적자가 177억8000만달러다. 이 기간 누적 경상수지 적자는 47억3000만달러로 무역적자의 4분의 1 수준이다. 경상수지 중 무역수지와 직접 관련된 상품수지의 1, 2월 누적 적자(86억2000만달러)도 무역적자의 절반 수준이다.

이는 우선 상품수지와 무역수지 집계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무역수지는 수출입 통관 신고액으로 단순 계산한다. 반면 상품수지는 수출입 과정의 보험료와 운송비를 누가 부담하는지 등을 모두 감안한다. 집계 시점도 다르다. 상품수지는 소유권 이전 기준으로 작성하기 때문에 무역수지에는 잡히지 않는 중계무역과 가공무역까지 포함된다. 통상 무역수지의 수입이 상품수지의 수입보다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어 무역적자폭이 상품수지 적자보다 클 때가 많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경상수지 구성 항목 중 본원소득수지가 큰 폭의 흑자를 낸 것도 경상수지 적자가 줄어든 배경이다. 본원소득수지는 지난 2월 31억2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작년 2월 15억6000만달러보다 흑자 폭이 두 배로 증가했다. 배당소득수지는 이 기간 7억3000만달러에서 23억5000만달러로 세 배가 넘었다.

배당수지가 개선된 것은 올해부터 정부가 국내 기업이 해외 소득에 대해 현지에서 세금을 낸 경우 국내에서 과세하지 않는 방식으로 법인세 체계를 바꾼 영향이 큰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에 시설투자를 하려는 삼성전자 등의 해외법인이 국내 본사에 배당하는 사례가 늘면서 흑자 폭이 확대됐다는 것이다.
○3월 경상수지도 ‘안갯속’
무역수지에 비해 경상수지 적자 폭이 적긴 하지만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수출입만 보는 무역수지와 달리 경상수지에는 국가 경제의 모든 것이 담기기 때문에 경상수지에서 적자가 발생하면 곧바로 외환보유액 감소로 이어지는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지난 1, 2월 경상수지 적자가 한은의 올 상반기 전망치(44억달러 적자)를 이미 넘어선 점도 부담이다. 한은은 3월에 경상수지가 흑자 전환할지, 올 상반기 44억달러 적자 전망을 그대로 유지할지에 대해서도 장담하지 못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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