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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제 개편을 두고 정치권에서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이 문제를 두고 국회의원 전원이 참석하는 국회전원위원회가 20년 만에 열렸다. 10일부터 4일간에 걸친 난상토론 결과 어떤 결론을 도출할지 주목된다. 의원마다 의견이 다르고 거론되는 각 제도마다 장단점이 있는 만큼 합의점을 찾기는 쉽지 않다.
앞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마련해 전원위원회에 올린 방안은 3가지다. △중대선거구제(도농복합형)+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 △소선거구제+권역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개방명부식 대선거구제+전국·병립형 비례대표제 등이다. 다만 이는 토론 주제로 올렸을 뿐 반드시 이 3개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것은 아니다.
크게 나누면 소선거구와 중대선거구제 중 하나다. 어떤 안이든 비례대표를 확대하는 것이다. 지금과 같이 한 지역구에서 한 명의 의원을 선출하는 소선거구제는 정국 안정을 꾀할 수 있지만 승자 독식으로 인한 지역주의 심화와 진영 갈등을 불러올 수 있다. 득표율 51% 대 49%로 당락이 갈린다면 49%의 민의는 배제된다는 것이다. 2020년 21대 총선 때 국민의힘은 영남에서 55.9%를 득표했지만 의석은 86.2%를 차지했고 민주당은 호남에서 68.5%의 득표로 의석은 96.4%를 가져간 데서 소선거구제의 대표성 문제를 확인할 수 있다.
어느 정당도 과반을 차지하기 힘들고 군소 정당 난립으로 정치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으며 소수 정당이 연정(聯政)을 무기로 정치판을 흔드는 역(逆)표심 왜곡도 우려된다. 중대선거구제는 거대 양당이 전국 어디서든 동반 당선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6·1 지방 선거 때 6개 지역 30개 기초의원 선거구에서 중대선거구제를 시범 실시한 결과 특정 정당 쏠림 현상은 여전했다. 이 때문에 일본은 1994년 중선거구제를 없애고 소선거구제로 돌아섰다.
정개특위가 당초 마련한 3개안 중 2개는 의원 50명 증원을 전제로 한 것이었지만 여론에 밀려 철회했다. 하지만 정개특위 안은 하나의 예시일 뿐 전원위 논의의 가이드라인이 아니라고 해 의원 증원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김진표 국회의장부터 비례성 강화를 위해 증원을 주장하고 있고 일부 야당 의원들도 동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다면 국회가 대표적인 고비용·저효율 집단으로 지탄 받아 온 마당에 민의에 대한 배신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늘어나는 비례대표가 자칫 지역구 탈락 의원들의 자리 챙겨 주기용이 될 우려가 커 비례대표제 취지에 벗어나지 않도록 하는 대책도 필요하다.
정개특위안에는 의원 증원을 빼면서 의원 세비 및 인건비 동결과 특권 제한 방안도 삭제해 버렸다. 선거 때마다 불체포·면책 등 100개가 넘는다는 국회의원 특권을 폐지하겠다고 해놓고 약속을 지키지 않더니 이번에도 어물쩍 하고 만 것이다. 선거제도 개편이 정치 개혁을 위해 꼭 필요하다면 현역 의원들이 기득권과 특권부터 내려놓겠다고 선언해야 진정성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전원위원회란
국회 각 상임위원회보다 심도 있는 의안 심의를 위해 국회의원 전원이 참석, 토론해 결정하는 것이다. 영국에서 17세기 초부터 유래된 제도다. 당시 튜더 왕조 시대엔 의회 의장은 군주의 신하로 군주의 이익을 옹호해야 할 의무를 띠고 있었다. 이런 결점을 보완하기 위해 군주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의장은 퇴장한 가운데 모든 의원들이 심의에 참가하는 전원위원회가 1621년 처음 개최됐다. 요컨데 왕권을 견제할 수단으로 도입된 것이다. 지금 영국뿐만 아니라 미국·캐나다·뉴질랜드 등에서 시행되고 있다. 한국에선 1948년 제헌국회 때 이 제도를 도입해 6번 실시된 적이 있다. 하지만 전원위원회가 의안 처리를 지연시키는 도구로 활용되는 등 비효율적인 문제 때문에 1960년 폐지됐다가 2000년 2월 재도입됐다. 2003년 3월 이라크 파병안 심사를 위해 두 차례 열렸다. 이듬해 12월 파병 연장 동의안은 개의만 선언하고 곧바로 산회했다.
홍영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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