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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기차 회사들의 주가가 판매량 증가에도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00개가 넘는 전기차 업체가 난립하면서 점유율 경쟁이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테슬라가 가격을 인하하자 중국 업체들도 가격 경쟁을 벌이면서 이익 감소가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시장은 계속 성장할 것”이라며 “경쟁에서 뒤처진 기업들이 정리될 것이기 때문에 우량 업체들은 지금이 저점 매수 기회”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올 들어 주가 동반 하락
9일 중국승용차협회에 따르면 올 1분기 중국 전기차 판매량은 148만 대로 전년 동기 대비 25% 이상 늘었다. 지난해에 비해 증가세는 낮아졌지만 여전히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다.하지만 주요 전기차 업체들의 주가는 하락세다. 올 들어 지난 6일까지 BYD는 4.02%, 니오는 6.44% 떨어졌다. 상하이자동차는 0.69%, 지리자동차는 17.79% 하락했다. 같은 기간 상하이종합지수는 6.29% 상승했다. 리오토(9.55%), 링파오(28.69%) 등 소수 업체만 높은 주가 상승률을 보였다.
전기차 업체들이 줄줄이 가격 인하를 발표하면서 수익 악화 우려에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업체들의 출혈 경쟁이 계속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가격 인하 경쟁의 신호탄을 쏜 건 테슬라였다. 테슬라는 중국 내부 판매량이 감소하자 지난해 말 ‘모델 Y RWD’의 판매가를 8.8% 인하했다. 올 1월 초에는 주요 모델들의 가격을 6~13% 추가로 내렸다. 그러자 중국 업체인 AITO와 샤오펑이 1월 중순 판매가를 인하했고, 2월 초에는 니오와 GAC AION이 할인 프로모션을 시작했다. 지난달에는 중국 전기차 대장주인 BYD까지 할인 행렬에 동참했다.
시장에서는 테슬라가 중국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당분간 마진을 포기하고 추가로 가격 인하 전략을 내놓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경우 경쟁사들도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가격 인하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 15만위안(약 2875만원)에서 30만위안(약 5751만원) 사이의 가격대에서 가격 경쟁이 벌어질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차별성 있는 기업에 주목
일각에서는 시장 성장세에 비해 주가가 지지부진한 것이 오히려 투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포심이 주가를 과도하게 짓누르고 있다는 해석이다.올 2분기에 전기차 업체들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개선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이달 개최되는 상하이 모터쇼와 2분기에 집중돼 있는 신차 출시 등으로 전기차 판매량이 늘어날 것이란 예상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치킨 게임’도 곧 끝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00개가 넘는 업체가 현재 상태로 계속 유지되지는 않을 것이란 의미다. 중국 정부 역시 과도한 전기차 시장 경쟁을 두고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공공연하게 드러내고 있다. 승자가 될 몇몇 업체가 업황 성장의 이익을 사실상 독점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펀더멘털 개선으로 마진을 확대할 수 있는 회사와 치킨 게임에도 버틸 체력이 있는 기업을 우선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증권가에선 BYD, 리오토 등을 ‘톱픽’으로 꼽고 있다. BYD는 업계 1위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치킨 게임 과정에서 이익 하향은 불가피하지만, 다른 업체에 비해 여전히 높은 수준의 마진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 있다.
올 들어 마진 확대를 위한 프리미엄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출시할 예정인 점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24.9배로 지난해 50배에 달했던 수준에서 많이 내려간 상태다. 한수진 하나증권 연구원은 “BYD는 수직 계열화를 갖춘 데다 압도적인 규모의 경제로 가장 최적화된 비용 구조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기차 스타트업 3인방인 리오토, 니오, 샤오펑 중 올해 유일하게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은 리오토다. 올 1분기 출하량이 전년 동기 대비 66% 증가해 니오와 샤오펑을 따돌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기차 업체 중 거의 유일하게 가격 인하 릴레이에 참여하지 않았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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