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토막 살인 사건' 피해자 가족이 가해자인 장대호와 그가 일했던 모텔 업주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이미 받은 유족보조금은 장 씨가 배상할 금액에서만 공제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구조금을 받은 피해자에게 불리하지 않은 방향으로 손해배상액을 계산해야 한다는 취지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는 피해자 A씨의 배우자와 아들이 장 씨와 모텔 업주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유족보조금을 피고들의 공동 배상 금액에서 공제하라는 원심의 일부 판단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A씨 가족은 2019년 11월 장 씨에 대해 불법행위자로서의 책임을, 모텔 업주에게는 사용자책임을 물어 손해배상금과 위자료 등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1심이 진행 중이던 2020년 1월 범죄피해자 보호법에 따라 유족구조금으로 8800만원을 받았다.
2심은 손해배상금을 총 6억3000만원으로 판단하고 장 씨와 모텔 업주가 공동으로 4억8000만원을, 장 씨 단독으론 1억50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유족이 받은 구조금 8800만원은 장 씨와 모텔 업주가 배상해야 할 4억8000만원에서 공제해야 한다고 봤다.
대법원은 배상금에서 구조금을 공제한 것은 타당하지만, 모텔 업주의 부담분에서 공제한 것은 잘못됐다며 원심판결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유족구조금은 피고 장대호가 단독 부담하는 부분에서만 공제해야 하고 모텔 업주의 손해배상액에서 공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공동으로 부담하는 부분에서 손해배상금을 공제하면 장대호가 변제 능력이 없는 경우 유족이 그 위험까지 부담하게 돼 채권자로서 지위가 약해진다"고 설명했다. 장 씨가 배상금을 물 처지가 안 될 경우 모텔 업주에게서라도 유족이 배상금을 받을 수 있도록, 모텔 업주의 배상 책임을 경감해줘선 안 된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유족이 손해배상의 일부에 불과한 구조금을 받은 것은 장대호가 단독으로 부담할 부분이 소멸하는 것을 받아들인 것이라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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