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전쟁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유럽은 대만 문제에서 미국이나 중국의 길을 따르지 않고 독립적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프랑스 경제매체 레제코,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 등이 게재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 5~7일 중국을 방문했으며, 해당 인터뷰는 7일 베이징에서 광저우로 이동하는 비행기 내에서 이뤄졌다.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은 대만 위기와 이해관계가 없다"고 전제했다. 이어 "유럽에게 가장 나쁜 것은 미국의 기조나 중국의 과잉 반응에 맞추면서 추종자가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진영 논리에 빠지거나, 우리 문제가 아닌 위기와 전 세계적 무질서에 휘말려선 안 된다"고 제안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우리는 미국과 견해가 일치하는 지역을 명확히 해야 하지만, 우크라이나, 대중 관계와 제재 등에선 유럽의 전략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은 중국과 미국과는 별도의 '제삼의 축'을 형성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함께 중국을 방문, 시진핑 주석과 3자 회담을 가졌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중재한다는 명분으로 방중했지만 50여명의 프랑스 기업인들을 대동, 굵직한 계약을 성사시켰다.
폴리티코는 시 주석과 중국공산당이 마크롱 대통령의 전략적 자율성 개념을 지지했고, 중국 관리들은 유럽 국가들과의 거래에서 이를 지속해서 언급했다고 전했다.
조지 매그너스 영국 옥스퍼드대 중국센터 연구원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중국이 경제적 거래를 통해 유럽에 분열의 씨앗을 뿌리고 EU와 미국 간 이견을 만들어내려 노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가장 큰 균열은 (중국과의 관계에) 더 회의적인 EU 집행위원회·일부 동유럽 국가 중심의 한 축과 더 상업적으로 움직이는 프랑스·독일을 중심으로 한 다른 축 간에 있다"고 진단했다.
타마스 마투라 헝가리 코르비누스대 교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중국과 EU 관계에서 '게임 체인저'가 됐으며, 마크롱의 '전략적 자율성' 추구에도 중국이 EU와 미국 사이를 틀어지게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번 방중에서 마크롱 대통령이나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 누구도 교착 상태에 빠진 EU·중국 포괄적 투자협정(CAI)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면서 "이는 안보 우려가 현재 경제 문제를 압도하고 있다는 분명한 신호"라고 짚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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