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4월 10일 17:5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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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가족 및 개인회사 등이 보유한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담보로 추가 대출을 일으키며 자금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2대주주인 쉰들러가 강제집행 절차에 돌입하는 등 공세를 준비하자 급전을 총동원해 급한불 끄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현 회장은 대법원 패소 판결이 나온 다음날인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7일까지 보유 중인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담보로 총 92억원을 추가로 대출받았다. 6일엔 한화투자증권에서 보유 주식 17만5324주를 담보로 40억원을 빌렸고, 한국투자증권에서도 3일과 6일 총 21만3867주를 담보로 52억원을 대출받았다. 이번 계약으로 현 회장이 보유한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7.83% 중 7.24%가 금융기관에 담보로 제공됐다.
현 회장과 자녀들이 지분 100%를 보유 중인 개인회사 현대네트워크도 6일 하나증권과 한화투자증권으로부터 각각 100억원씩 총 200억원을 추가로 대출받았다. 현 회장은 현대네트워크를 통해 현대엘리베이터 주식 10.6%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추가 주식담보대출로 현 회장과 현대네트워크 및 모친인 김문희 여사와 현 회장의 자녀 등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26.57% 중 19.08%가 금융기관에 담보로 잡혔다. 지난달 31일 15.98% 대비 3.1%포인트(p) 늘었다.
시장에선 현 회장이 대출로 조달한 현금을 현대무벡스를 담보로 빌렸던 주식담보대출을 갚는 데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현 회장은 지난 6일 보유 중이던 승강장안전문(PSD) 자회사 현대무벡스 지분 21.13% 전량을 863억원으로 평가해 현대엘리베이터에 매각하며 대물변제를 마쳤다. 다만 현 회장은 납입일 직전까지 현 회장이 현대무벡스 지분을 담보로 약 600억원을 금융기관에서 이미 빌렸다. 기존 주식담보를 해제하기 위해 긴급히 자금을 마련해야 했다.
현 회장의 손해배상금은 원금 1700억, 지연이자를 포함한 최대 3000억원에 달했다. 현 회장은 2심 판결 직후인 2020년 1000억원을 선납했고, 200억원을 공탁했다. 추가로 내야하는 1500억~1600억원 중 800억 가량을 현대무벡스 지분으로 갚으면서 남은 상환금액은 800억원 남짓으로 보인다.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15.5%를 보유한 2대주주 쉰들러는 현 회장에 대한 강제집행 절차에 들어가며 현 회장 측을 압박하고 있다. 쉰들러측 법률대리인은 지난 5일 현 회장 등에 대한 집행문 부여를 대법원에 신청했다. 대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집행문이 나오면, 현 회장의 재산을 압류해 매각할 수 있는 강제집행이 가능해진다. 현대엘리베이터에 최대주주인 현 회장 및 특수관계인과 2대주주 쉰들러 간 지분율 격차는 11.07%포인트(p)로 아직 크지만, 쉰들러가 추가 지분확보에 나서면 현 회장 측이 대응할 자금 여력이 부족하다는 점도 이번 자금조달 과정에서 노출됐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주가가 연초 대비 급등하며 단기적으론 현 회장 측의 급전 마련에 도움이 됐는 평가다. 다만 추후 주가하락시 반대매매 등 후폭풍이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현대엘리베이터 주가는 연초 주당 2만6600원에서 이날 3만5550원까지 34% 올랐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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