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국토부는 이달 국토연구원에 지자체의 공시가격 산정 능력 평가를 포함해 공시가격 제도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개선 방안 마련 연구용역을 의뢰해 진행 중이다. 국토부는 연구용역을 다음달까지 진행한 뒤 전문위원회 논의를 거쳐 오는 6월 개편안을 내놓을 전망이다.
국토부는 그동안 공시가격 산정 권한을 지자체에 넘기는 것에 미온적인 입장이었다. 하지만 공시가격 산정 과정에 지자체의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결국 제도 개편 검토에 나섰다. 국토부는 권한 이양과 함께 공시 주기와 시기, 정보공개 대상과 절차 등의 적절성도 검토한다.
정부는 현재 한국부동산원을 통해 공동주택(아파트)과 표준지·표준주택 공시가격을 산정해 발표하고 있다. 관련한 정부의 전체 예산만 한 해 1000억원이 훌쩍 넘는다. 지자체는 정부의 표준지·주택 공시가격을 기반으로 개별지와 개별주택 공시가격을 산정한다. 서울·경기 등은 표준지와 표준주택뿐만 아니라 공동주택 공시가격 산정을 지자체가 스스로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아직 어떤 방향이 정해진 것은 없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취지”라며 “지자체가 실제로 공시가격을 산정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가 중심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시가격은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등 부동산 세금뿐만 아니라 건강보험 지역가입자,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 장애인 연금 등 복지 시스템에서 수급자의 재산 수준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활용된다. 지자체별로 공시가격을 산정하면 복지 수급에서도 차이가 날 수 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지역마다 가치평가 방식에 차이가 생기면 사회보험료 책정에서 불공평한 사례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제도개선 방안을 확정한 후에는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수정안도 마련할 전망이다. 국토부는 지난해 말 올해 공시가격을 발표하기에 앞서 현실화율을 당초 목표보다 3.7%포인트 낮춘 69.0%로 잡았다. 앞으로 현실화 목표치는 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국민 부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결정할 계획이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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