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능력 100위권도 쓰러져…중견 건설사까지 줄도산

입력 2023-04-11 18:08   수정 2023-04-12 01:02

고금리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미분양 증가 등에 따른 자금난으로 중견 건설사들이 쓰러지고 있다. 최근 시공능력평가 109위인 대창기업이 자금난을 이기지 못하고 법원에 회생을 신청하는 등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간 이어지며 중견 건설사의 줄도산 위험이 현실화하고 있다.

1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창기업은 지난 7일 서울회생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법원이 신청을 받아들여 포괄적 금지명령을 내리게 되면 회생 결정 전까지 모든 채권이 동결된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진행 중인 사업 현장이 장기간 중단될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설립 70년이 넘은 대창기업은 최근 현장에서 미청구 공사금액이 많이 늘어난 데다가 금융비용 증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이 겹치며 자금난이 심화했다. 기업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전국 53개 건설 현장에서 받지 못한 공사미수금 미청구금액은 506억원에 달한다. 회사 관계자는 “현장에서는 자재값 인상으로 출혈이 심해지고 경기 하락과 금융비용 상승으로 공사비 회수가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시공능력평가 83위인 대우조선해양건설에 이어 지난달 133위인 에이치엔아이엔씨(HN·옛 현대BS&C)도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등 건설사 위기설은 확산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사업 수익이 악화한 데다 미분양 리스크가 현실화하고 있어서다. 공동주택 브랜드인 ‘해리엇’을 운영 중인 에이치엔아이엔씨는 최근 강원 속초에서 초고급 주택단지 분양에 나섰지만 214가구 중 119가구가 미달하며 부담이 커졌다. 대우조선해양건설 역시 자체 사업이 부진해 지난해에만 247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소형 건설사의 부침은 더 심하다. 건설업행정정보에 따르면 올해 폐업을 신고한 종합건설사는 129곳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79곳)과 비교하면 63% 증가한 수치다.

업계에서는 중견 건설사의 부실이 지속돼 연쇄 도산할 우려가 상존한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이후 급등한 원자재값과 공사비가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게다가 신규 아파트 미분양이 누적되면서 중도금 대출이 막혀 사실상 외상 공사로 버텨야 하는 상황이다. 대형 건설사에 비해 자금 조달력이 떨어지는 중견 건설사는 단기 유동성 위기에 대처할 여력이 작다. 김성환 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고금리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건설사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중견 건설사 중심으로 위기가 확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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