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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1분기 전세계 PC 출하량이 4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세계 PC 수요가 급감하며 모든 PC 업체가 고전했지만 애플의 감소폭이 가장 컸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10일(현지시간) 1분기 전세계 PC 출하량이 5690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29%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팬데믹 이전인 2019년 1분기 출하량(5920만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글로벌 5대 PC 업체 모두 출하량이 두자릿수 줄어든 가운데 애플의 타격이 가장 컸다. 애플의 출하량은 이 기간 40.5% 줄어들었다. 닷컴 버블 붕괴가 있었던 2000년 이후 최악의 성적표다. 280만여대가 줄어면서 애플의 PC 시장 점유율은 8.6%에서 7.2% 떨어졌다.
이런 상황을 애플도 예고했지만 40%까지 예측했던 사람은 드물다. 지난 2월 루카 마에스트리 애플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번 분기 실적을 예상하며 "맥(PC)와 아이패드(태블릿PC) 판매량이 두자릿 수 감소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도 "어려운 거시경제 환경이 아이폰, 맥, 애플워치 판매에 영향을 미쳤다"고 언급했다.
상위 5대 PC 업체 가운데 레노보의 출하량은 30.3%, 델은 31%, 아수스텍은 30.3%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PC 수요 감소의 여진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HP도 24.2% 감소했다.
지테시 어브라니 IDC 리서치매니저는 "지난 몇 달 동안 PC 재고가 감소했지만 여전히 상당하다"며 "큰 폭의 할인에도 불구하고 PC 재고가 올해 중반 혹은 잠재적으로 3분기까지 많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PC 판매 급감 소식에 이날 애플의 주가는 장 초반 3% 가까이 하락했다가 소폭 회복하며 1.60% 내린 162.03달러로 정규장을 마쳤다. 반면 델은 정규장에서 2.98%, HP는 1.54% 상승했다.
PC 수요 회복은 빠르면 내년으로 예상된다. 린 황 IDC 리서치 부사장은 "내년까지 경제가 상승세를 탄다면 소비자들이 노후화된 기존 컴퓨터를 업그레이드 할 것"이라며 "PC 시장의 수요가 내년에는 크게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리콘밸리=서기열 특파원 phil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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