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회사 인사팀 팀원이자 고충처리담당자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그런데 A씨는 최근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당했습니다. 신고인은 A씨에게 2개월 전 고충 면담을 신청했던 직원이었고, 신고내용은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못하도록 은폐를 시도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조사결과 A씨의 은폐행위는 없었지만, A씨가 신고인의 고충 면담 신청에 2개월간 전혀 응하지 않았던 사실과 함께 이전에도 고충처리 기간이 통상적으로 수개월에 달하는 현황도 확인됐습니다. 이 사건으로 개최된 고충심의위원회에서는 논의 끝에 우위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직장 내 괴롭힘 불성립 판단을 내렸지만, 별도 의견으로 ‘고충처리 절차 개선’을 제시했습니다.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근참법)에 따라 상시근로자 30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노사협의회와 함께 고충처리위원을 둘 의무를 지고, 고충처리위원을 두지 않은 경우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이에 일반적으로 인사팀 직원을 고충처리위원으로 선임하게 됩니다.
그런데 근참법 시행령 제7조에서는 근로자의 고충처리 신고에 대해 '지체 없이 처리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근로자의 고충처리 신고를 지체 없이 처리하지 않은 경우에는 근참법 시행령 제7조 위반이 됩니다. 시행령 등 법령 위반은 곧 업무상 적정범위를 초과하였다고 판단할 수 있는 사유이기 때문에, 만약 사안이 우위성을 인정할 만한 관계였다면, 직장 내 괴롭힘 성립도 가능하게 되는 것입니다. 특히 인사팀, 감사팀 등 업무 자체가 직장 내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경우에는 우위성이 인정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 고용노동부 매뉴얼에서 제시하는 가이드라인이기도 하다는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한편, 본질적으로는 직원들이 회사에 고충처리를 신청한다는 것의 의미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고충처리의 대상은 대체로 회사 또는 업무와 관련한 문제입니다. 그 문제에 대해 회사가 해결능력을 보유하고 있는가와는 별개로, 고충처리 자체는 직원들이 어떠한 문제를 체감하고 있다는 시그널입니다. 이는 근참법에서 고충처리위원이 해소하기 어려운 사안을 노사협의회에 전달하도록 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회사가 고충처리 신고에 대해 기민하게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본 사안은 고충처리담당자를 교체하고, 단순히 고충처리 신고에 지체 없이 응하도록 하고, 필요시 관련 규정에 일정기간 이내 처리 원칙을 규율해두는 정도만으로도 충분한 고충처리 절차 개선 조치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내부 직원이 고충처리를 담당하는 시스템 자체를 근본적으로 고민해볼 필요도 있습니다. 회사를 직원들이 신뢰하지 않는 경우가 있고, 내부 직원이 고충처리를 하게 되면 비밀유지가 되지 않는다는 인식도 존재하며, 실제로 개인사에 대한 소문이 퍼져 조직질서가 망가지는 경우도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에는 고충처리 업무만을 분리하여 아웃소싱하거나, 또는 전문가 자문을 거치는 방법을 고려하는 회사가 늘고 있기도 합니다.
직장 내 괴롭힘법이 정착되는 과정에서 일상적 고충처리의 중요성은 날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고충처리가 잘 되면 생산성과 조직에 대한 신뢰감이 높아질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절차를 잘 설계하고, 고충처리의 과정에서도 잘 다듬어진 회사의 메시지가 전달되도록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곽영준 행복한일연구소/노무법인 공인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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