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체의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다" 이런 부제소합의는 하나마나!

입력 2023-04-11 17:37  


노동관계 분쟁이 발생한 경우 합의서를 작성하는 경우가 많다. 합의서 작성의 이유는 고용노동부 등 국가기관의 권유에 의한 경우, 당사자 사이에 자발적으로 분쟁을 평화롭게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는 경우, 한쪽 당사자가 분쟁을 지속하더라도 승소할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 등 다양하다. 그런데 다양한 이유를 가지고 작성되는 거의 모든 합의서에 들어가는 조항이 있는데 바로 '부제소합의'다. 주로 ‘장차 일체의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이루어지는 부제소합의는 합의퇴직(mutual separation)을 비롯하여 권고사직, 희망퇴직 등 임직원의 퇴직과정이나 산업재해 등이 발생해 합의를 하는 경우에 많이 쓰인다.

판례는 이와 같은 부제소합의에 대하여 “특정한 권리나 법률관계에 관하여 분쟁이 있더라도 소제기하지 않기로 한 합의가 있는 경우, 이에 위반하여 제기한 소는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1993. 5. 14. 선고 92다21760 판결 등). 이에 따라 부제소합의가 있음에도 소를 제기하는 경우에는 해당 소는 각하된다. 즉, 적법하고 유효한 부제소합의는 기본적으로 소제기를 차단하는 효과를 갖는다.

그러나, 부제소합의는 당사자의 헌법상 기본권인 재판청구권을 과도하게 제한할 가능성이 있으며, 특히 우월한 지위에 있는 사용자와 열위에 있는 근로자 사이에는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부제소합의가 체결될 여지가 있다. 이 때문에 판례는 근로관계와 관련된 부제소합의가 유효한지 여부에 대해 비교적 엄격한 심사를 한다. 이러한 판례의 태도를 고려할 때 인사실무상 고려할 필요가 있는 팁을 간단히 정리해 보고자 한다.

먼저 판례는 부제소합의는 합의 당시에 예측이 가능한 범위 내의 권리관계에 대해서만 효력이 있으며(대법원 1970. 8. 31. 선고 70다1284 판결), 특정한 권리관계에 관한 명시적인 합의인 경우에만 효력을 갖는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2002. 2. 22. 선고 2000다65086 판결). 이와 같은 판례의 태도를 고려할 때 부제소합의의 효력을 의도대로 인정 받으려면 합의서를 체결하게 된 경위 및 목적을 가급적 자세하게 기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실무를 하다 보면 ‘당사자는 근로관계에 관한 일체의 소송을 제기하지 아니한다’라는 문구만 있고 위와 같은 사정은 생략한 합의서를 많이 보게 되는데, 이런 합의문은 분쟁의 소지를 남겨두게 되므로 적절하지 않다.

나아가 판례는 합의조건이 일방에 현저히 불공정하게 작성되어서는 아니되며(대법원 1979. 4. 10. 선고 78다2457 판결), 부제소합의의 당사자가 합의에 따른 불이익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보았다(대법원 1999. 3. 26. 선고 98다63988 판결). 또한 부제소합의에 관하여 진의 아닌 의사표시, 착오, 사기, 강박 등 의사표시 하자가 존재할 경우 그 효력이 부정될 수도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사용자로서는 근로자가 부제소합의를 체결함으로써 얻는 이익(달리 표현하면, 근로자가 부제소에 동의하게 된 원인) 및 부제소조항과 그러한 이익 사이의 관련성을 부각시켜 작성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합의금·위로금 등을 지급하는 경우 이것이 어떠한 명목과 목적으로 지급되는 것인지 및 이로써 사용자는 실체법상 어떤 의무를 이행하거나 면하고자 하는 것인지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기재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 부분 역시 실무상 미흡하게 작성된 경우가 많으므로 작성시 문구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기치는 것이 좋다.

근로관계 관련 부제소합의를 할 때 특히 더 고려해야 하는 것은 합의가 근로기준법을 비롯한 노동 강행법규에 반해서는 아니된다는 것이다. 판례는 최종 퇴직시 발생하는 퇴직금청구권을 사전에 포기하는 합의는 강행법규에 반하여 무효라고 하는 반면(대법원 1998. 3. 27. 선고 97다49732 판결), 퇴직금 청구권 발생 이후에 이를 포기하는 내용의 합의는 기본적으로 유효하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2006. 12. 8. 선고 2005다36762 판결). 이런 법리는 부제소합의에도 적용될 것이므로, 부제소 합의의 유효성 인정 가능성을 높이려면 합의 대상은 이미 발생한 청구권 범위로 특정하여 기재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한편, 근로자의 이의제기 전반에 관한 억제적 효력을 높이려면 부제소문구 자체도 예상 가능한 이의제기의 방법을 열거하여 구체적으로 작성할 필요가 있다. 부제소합의 범위에 ‘형사상 책임’을 포함시키지 않은 경우도 가끔 보게 된다. 예컨대 임금미지급에 관하여 민사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취지로 합의를 하면서 정작 반의사불벌죄인 임금체불에 관하여 형사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점은 언급하지 않는 경우다. 이런 경우 사용자는 합의금을 지급하고 합의서를 체결했음에도 여전히 형사책임에 노출될 여지가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이외에도 합의금 등에 관한 세금 부담 문제를 언급하지 않아 추후 분쟁이 유발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세금 이슈에 대해서도 미리 고려하는 것이 좋다. 합의금은 지급 목적이나 계기 등에 따라서는 근로소득, 퇴직소득, 기타소득, 분쟁해결금 등 다양한 종류의 소득으로 분류될 수 있으며, 그에 따라 과세·원천징수 대상이 되는지 여부 및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해서는 합의서 작성 및 지급 전에 적절한 검토를 받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김종현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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