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한국경제신문이 농심, 삼양식품, 오뚜기, 팔도, 풀무원, 하림 등 라면 제조사 여섯 곳과 이들의 해외법인 실적을 집계한 결과 지난해 해외 판매액은 총 2조3288억원이다. 수출과 해외 생산분 판매를 합친 금액이다. 이는 2021년 1조8471억원보다 26.0% 증가한 규모로, 2조원을 돌파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4년 전인 2018년(1조1252억원)에 비해 두 배(106.9%)로 늘었다.
한국 라면의 해외 판매 급증은 K콘텐츠 열풍에 편승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게 식품업계의 시각이다. 일본 중국 등 라면 강국과 대적할 수 있도록 생산기지를 확충하고 수십 년간 혁신을 거듭해 품질을 높인 결과다.
‘바람’을 타자 이제는 해외 유력 유통업체가 국내 라면 업체에 앞다퉈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농심은 지난달 미국 창고형 매장인 샘스클럽의 600개 전 점에 ‘신라면’ 등을 입점시켰다. 삼양식품은 이달 미국 코스트코 주요 매장에 ‘불닭볶음면’ 입점을 확정 짓는다. 연내 560개 전 점에 진출하는 것이 목표다. “제발 우리 제품을 넣어달라”며 머리를 조아린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K라면의 선전은 올해 들어 ‘무역적자 비상등’이 켜진 상황에서 더 주목받는다. 올 1분기 라면 수출액은 2억800만달러(약 2752억원)로 농수산식품 품목 중 최대를 기록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라면은 전 세계 식탁에 오르는 한 끼 식사이자 한국 문화를 전파하는 플랫폼으로 발전했다”고 말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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